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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호 Sep 30. 2024

난잡하게 나열해 놓은 진리 사전

1년 동안의 독서 메모를 주워섬긴다.

주워섬기다 

- 들은 대로 본 대로 이러저러한 말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다.



늘 한 가지 뚜렷한 전문 역량이 없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는 나는, 대화를 할 때 말 그대로 그저 이것저것 주워섬길 뿐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소스가 되는 것들은 주로 뉴스 기사나, 책에서 읽은 것,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 상담 선생님한테 들었던 것, 자조모임 청년들과 나눴던 대화 등등이다.  


'어차피 순수하게 나한테서 우러나온 것도 별로 없는 이상 그냥 아예 제대로 주워섬겨나 보자.'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작년 9월, 2023-2학기로 8년 만에 재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읽었다. 히키코모리로 산 10년 동안에는 책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었는데, 인간성 재활 운동삼아 시작한 독서로 지난 1년 동안 마흔 권 가까이 읽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생각보다 꽤 취미로 자리 잡았다. 이런 정적인 인간 유형에 편입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낯설다.


방구석에서 나온 후 현생 살기가 이제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기록해 놓은 것들을 아포리즘 위주로만 다시 한번 되새겨 보려 한다. 번거롭지만 해야 할 일에 대한 망설임을 계속 남겨두는 일은 고통이기 때문에 한 번은 해야 했다. 최대한 추리고 추려서 시작해 보자. 메모를 다 읽을 수 없을 때는 이거라도 빠르게 읽어야지. 살면서 계속 까먹을 테니까 1년에 한 번이라도 보자.




"모든 선택은 내 의지였다. 모든 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경험 자체가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인생은 결정된다."


"시작한 일이 어떤 이유로 계속할 수 없게 되어도 그때까지 해온 것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만 안다면 미련을 버리고 다른 일을 시작해도 좋다."


"한때는 부모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했으나 부모만큼 하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인생은 나를 위해 또 다른 계획서를 써 놓았다. 현명하게도 그것은 나한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내가 경솔함을 깨닫고 더 많은 걸 배울 필요가 있을 때까지."


"불행에 빠진 사람은 이기적이 되고, 악하게 되고, 불공평해지고, 잔인해지고, 어리석은 사람보다 더 서로를 이해할 줄 모르게 된다."


"원래 본성이 고독해서 조개나 달팽이처럼 자기 껍질 속으로 기어들려는 사람들이 세상에 제법 많거든요."


"저열하거나 아주 평범한 행복의 대가로 삶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지를 생각했다."


"눈물은 남이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닦는 것."

(다른 사람이 손수건 건네주는 정도까지는 해줄 수 있는 거 같은데요?)


"다른 사람의 관점이 아무리 '낯설어(이상해)'보여도 경청할 줄 알아야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이 음식만큼이나 필수적인 것이라는 의도는 좋지만 잘못된 조언."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목표가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도록."


"두려움은 뒤를 돌아볼 때나 앞을 내다볼 때 생긴다."


"완벽은 선의 적이다"


"감사하면서 살아라, 기뻐하면서 살아라, 용서하면서 살아라"


"모든 마음은 생각을 만든다.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내가 아니다.”


“이것은 인색한 자보다는 낭비벽이 있는 자가 관대하게 변하기가 더 쉽듯이 무모한 자가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고 비겁한 자가 진짜로 용감한 길로 올라갈 수는 없지요.”


“정당한 판단이 의심스러우면 포기하고 자비로운 쪽으로 받아들여라.”


"자유란, 산초, 하늘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선물들 중 하나이지. 온 땅이 보유한, 온 바다가 품고 있는 모든 보물과도 견줄 수 없는 게 자유일세. 자유나 명예를 위한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도전해야 하고 또 도전할 만한 거야. 반대로 포로가 된다는 것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가장 큰 불행이지."


"친구여, 그대는 그대의 길이나 가시지요. 청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충고는 무슨 충고요.”


“그런 말씀 마세요, 나리. 오늘이 너한테 좋은 날이면 내일은 나한테 좋은 날이고, 오늘 넘어진 사람이 내일 일어설 수 있거든요. 평생을 침대에만 있을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난 평생을 침대에 있을 생각이었지 멍청하게)


"참으로 용감한 심장을 가진 자들은 번영할 때 즐거워할 줄 알듯이 불행해지면 아픔을 느낄 줄 알지요."


"주는 건 기꺼이 받아들여야지요. 친절하게 내놓을 것 다 내놓으세요."


"집착은 환상을 만들어낸다. 실재를 원한다면 집착을 버려야 한다."


"사랑은 다른 사람 속에서 가능한 한 많은 아름다운 것을 보든가 또는 다른 사람을 가능한 한 높이 들어 올리고자 하는 은밀한 충동을 가지고 있다."


"증오는 증오의 보복에 의하여 증대되고 반대로 사랑에 의하여 제거될 수 있다. 사랑에 의하여 완전히 정복된 증오는 사랑으로 변한다. 그리고 사랑은 이전에 증오가 없었던 경우보다 한층 더 크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불운이 닥치기 전까진 불운을 너무 생각하지 마라. 닥쳤을 때 잘 맞서 싸우면 된다."


"갖고 왔어야 할 것이 많군. 넌 그것들을 가지고 오지 않았잖아, 지금은 갖고 오지 않은 물건을 생각할 때가 아니야. 지금 갖고 있는 물건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타인의 고통을 보고 난 뒤 충격을 개인의 '도덕적 무능'으로 연결해 그 감정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도 없다.

때론 죄책감이라는 통증을 넘어서야 타인의 고통에 다가가는 길이 열린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을 할까 항상 귀 기울이는 사람은 결코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한다."


"괴로운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것,

부끄러운 것은 배우고 있다는 것,

불안한 것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메모를 할 때의 이유와는 다른 의미로 새롭게 읽어지는 것들이 많다. 상황도 나도,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년 동안에는 평생을 살면서도 그동안 몰랐던 삶의 소중함과 사랑, 기쁨을 알게 됐고, 그동안 몰랐던 형태의 슬픔과 고통도 알게 됐다. 그동안 망설이기만 해온 일들을 실행했을 때 그 하나하나가 성공했든 실패했든 하나같이 나에게 용기를 가르쳐줬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은 욕구가 아닌 몇 안 되는 나의 순수한 욕구. '더 향상된 사람이 되고 싶다.' 


객관화를 하자면 분명히 좋지 않은 상황이 맞다. 하지만 난 1년 동안 용기 있는 인간이 됐고, 앞으로의 1년과 그다음의 1년들 동안에도 계속해서 무언가 더 나아진 사람이 될 것이다.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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