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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호 Sep 28. 2024

좀 가벼워졌다.

오늘 아침

 요즘 대체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상태로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 놓인 나를 보며 마음이 썩 그렇게 좋지는 았았다. 마음에 안 들었다. 다행히 어제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는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져서 지금 기분이 꽤 좋다. 


 오늘 새벽 룸메 알람소리에 5시 10분에 깼다. 알람음을 매번 바꾸는 취미가 있는 것인지 오늘은 알람이 자명종 소리였다. 한참을 울려도 깨지 않는 룸메를 보면서 잘생겼다 생각했다. 한국인들은 유독 외모를 많이 본다는데 외모를 많이 본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게 한국 문화이지, 외모를 보는 거 자체는 다 그런 거 아닌가 하는 변명을 해본다.


 어쨌든 룸메가 잘생겨서인지 아니면 성향이 잘 맞아서 좋아해서인지 자명종 소리에도 별 짜증이 안 났다. 누워서 룸메가 언제쯤 깨려나 기다리면서 이전의 룸메들에 대한 태도와 달리 명백한 편애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렇게 가끔씩은 룸메가 나보다 빨리 일어나는 사람이어서 나는 룸메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만, 혹시 어젯밤에 준 초코우유가 이때를 위한 쿠션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치밀하게 다정해서 더 좋을지도. 

 

 '다시 잘 수 있을까?', 

 '룸메는 내가 자기 때문에 깨서 아예 일어나는 걸 보는 게 편할까, 내가 자는 척하면서 안 자고 계속 어색하게 부시럭거리면서 누워있는 걸 보는 게 편할까?'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밍기적거려봤다. 내가 일어나 있으면 불도 켤 수 있고 소리도 편하게 낼 수 있을 테니 일단 일어나서 책상 앞가서 앉았다


 노트북을 열었더니 어제 먹다 남은 글쓰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시켜서 바로 먹을 때보다 식어서 맛없긴 했는데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마저 다 먹었다. 더 멀리 어두운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모인 밝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었다. 글을 다 쓰고 제출을 하고 나니 여운이 찾아와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좋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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