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첫 번째로 복잡한 마음, 감정을 글을 통해 표출함으로써 내면의 필터링이 이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면 정순해지는 감각이 생긴다. 유튜브를 보거나 웹툰을 볼 때와는 다른 휴식이다.
두 번째로는 학교 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된다. 글을 써서 제출해야 하는 형식의 과제들을 할 때 전에 느끼던 부담이나 압박이 많이 줄었다. 이전에 썼던 글의 내용이나 생각을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면 과제를 수행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많이 줄어든다. 과제 결과가 괜찮으면 추가 점수를 받기도 한다.
자아도취
세 번째는 학교에서 교수님 질문에 대답을 하거나,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도 제법 정리가 된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 대화는 대화의 주제가 글을 쓰면서 가졌던 생각들과 관련된 주제일 때 그렇다. 글에 남겼던 문장을 그대로 입으로 옮겨서 말하면 될 뿐이거나, 상황에 맞게 조금만 변형하면 될 뿐이라서 아주 효율적이고 에너지 소모가 적다. 다만 이런 경우에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깔끔하게 전달할 수는 있지만 나 스스로는 그런 과정이 서랍에서 똑같은 생각을 꺼내서 쓰고 다시 집어넣는 반복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가끔 뭔가 아쉽거나 지루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누군가와 함께 할 때는 그 상대가 내게 불러일으킨 새롭고 고유한 생각을 가지고 대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힘들 때 글이 잘 써진다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작년 9월에 그랬다. 아무 다른 고민이나 생각 없이 그저 내 '안'에 집중해서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는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나도 그 힘에 영향을 받았는지 좀 변했다.
나의 내면을 글을 통해 세계로 드러내기 시작하다 보니 실제 생활에서도 나의 내면을 세계로 드러내는 일에 두려움이 적어진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 백일장에 나가거나 무대 위에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발화를 해보거나 하는 일도 하게 됐다. 그런 일을 할 때 가지는 내 안의 생각들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글을 계속 쓰자. 매일매일 쓰는 사람들처럼 대단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그만두지 말자. 도피 같아도 쓰자. 도피가 아니라 맞서 싸우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쓰자. 쓰지 않으면 잊혀진다.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