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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호 Nov 12. 2024

사람에 대한 기대

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사람은 어느 측면에서 두 부류로 나눌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일들을 답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간과,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간.  




기대가 있는 만큼 실망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는 구간에 있는 중이기 때문에 그만큼 이번 실망들이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첫째로, 올 4월부터 함께했던 1인가구 동아리 지원사업이 11월 21일 활동공유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일정은 필참이라는 공지가 있었다. 그런데 참여를 안 하겠단다. 모임마다 매번 지각을 하고 어떻게든 귀찮은 일은 하지 않으려고 떠넘기던 여자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일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이득'이라는 요소 이외의 행동 동기는 없는 것 같아 보인다. 나같이 본능적으로 '의미'에 끌리는 사람에게는 참 힘든 사람이다. 이기적이고 배려가 없다. 


리더를 맡았던 남자도 8개월 동안 결국 리더 역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승하다가 마지막 일정에 공격적인 말투로 불참선언을 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그동안 모임 일정을 조율하고 제 역할을 하던 나와 총무만 남았다. 같은 참여자 신분인 나도 이번 일을 잠깐 겪으면서 신물이 나는데 이런 사람들 비위 맞춰가며 선생님 대접하는 것이 직업인 복지사분들 마음은 어떨까. 인류애가 박살 나는 일들을 매 순간 겪으며 일할 그분들은 어떻게 버틸까 여쭤보고 싶었다.   


둘째로, 실망도 실망이지만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절연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 내 말에 상처를 입었다며 연락을 끊겠다고 하고 떠났다. 


애초에 내가 오만하거나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인 사람들이 외롭고 두려우니 함께 하려고 모인 것이라 생각했고, 모두가 다 그런 줄 생각했다. 어쩌면 이 사람은 그냥 감정 쓰레기통으로 쓸만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그게 다른 사람이었고 몇 차례 내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다 그 사람이 사라지니 나를 찾았다. 그 이후로 상대방 의사를 존중해서 다시는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연락이 다시 된 것은 자신에게 필요가 생겼을 때였다. 그리고 나는 그때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기꺼운 마음으로 응했다.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그 일을 본인이 지금 나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자신이 내 트라우마를 조롱하듯 던졌던 농담을 기억이나 할까?

거부 의사를 몇 번이나 밝혔는데도 계속해서 집요하게 물어보길래 불편하다 정중하게 말을 하니 사과보다는 화를 낸다며 본인 안위부터 걱정하던 자신의 태도를 알까?

 

이해를 한다. 나도 10년 동안이나 나를 향해 내미는 가족들의 사랑의 손길을 외면했으니. 

이해를 한다. 마음이 안 좋을 땐 사람들의 말을 나쁜 의도로 왜곡해서 듣게 된다는 심리적 현상이 있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선택을 하고 변화하려는 용기를 내지는 않으면서 답만은 얻길 원하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있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이번 일로 나는 그걸 참으면서 응원해 줄 능력이 없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상처를 받았단다. 상처를 주게 돼서 미안했고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상처도 참 이기적으로 받는다는 생각에 밉기도 했다. 이 일이 내가 바라는 일은 아니었기에 잠들기가 힘들었다.


'관계는 어렵다.'는 말을 자주 중얼거리는 친구 놈이 떠오른다. 너 말이 맞구나.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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