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by 온호

내가 했던 말들이 거짓말이 되어 흘러간다.


돌들의 정수리가 종종 보이는 얕은 시냇물 위로, 내가 했던 말들이 타고 떠내려간다. 더러운 신발 같은 그 말들은 물에 젖어 조금씩 가라앉기도 하고 돌부리에 부딪쳐 선두와 선미가 바뀌기도 한다. 그렇게 천천히 무력하게 떠내려가는 내 말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첨벙거리며 달려가서 필사적으로 건져내지 못하고 그저 지켜만 본다. 내가 뒤늦게 건져온다 한들 이미 물은 흙탕물이 된 것 같다.


일부러 거짓말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말들이 진심이 될 수 없는, 다짐에 가까운 것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알아차리기도 전에 감정이 한 방향으로 거세게 흘렀다. 물줄기는 그 방향으로만 흐르면서 주변의 모래알들을 깎아 쓸어 모았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물줄기를 틀었더니 다른 방향의 모래알들도 이내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냇물은 이전과 같지 않다.




지금부터는 '거짓말'과는 상관없는 일상 이야기이다.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던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나름의 기준 때문에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들도 있다고 들어서 알고 있다. 내가 쓰겠다고 했던 주제는 '은둔고립청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했던 생각인데, 나는 보험에서 언더라이팅을 뚫은 불량위험자인 것 같다. 일단 작가 선정이 되고부터는 약속했던 주제와 상관없이 아무 이야기나 쓰고 있으니.


마지막 시험을 친 금요일에 저녁 기차로 집에 갔었다. 작년 10월부터 키웠던 식물 두 개를 집에 가져다 놨다. 너무 크게 자라서, 그리고 앞으로도 자랄 것이어서 더 이상 작은 화분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엄마가 "잘 키웠다."고 하시길래 "물만 줬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도 잘하는 거란다. 그 말은 다른 사람들한테도 몇 번 들었으니 '정말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했다.


동지였던 21일에는 큰 이모한테 팥죽을 받으러 갔다. 집을 지으면서 옆집에 살았고 집 구조상 마당 같은 베란다로 연결되기 때문에 옛날 우리 집을 간 것과 마찬가지다. 8살 때부터 살았던, 이사 가던 날도 생생히 기억나는 집에 늙은 이모가 있었다. 그리고 여러 '나'도 있었다. 10년을 이 집 방 안에만 있었다. 복잡하고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나의 옛날 동네', 옛날 동네, 옛날 동네-. 악동뮤지션의 [다이노소어]를 부르며 최대한 무던히 계단을 내려왔다.


오늘부터는 다시 도서관에 일을 하러 간다. 방학기간 중 도서관도 소소한 재정비를 한다. 책과 책장을 들어냈다. 방학 동안에만 일하러 새로 온 여학생은 첫날이라 그런지 내 담당서가에서 정리를 하려고 하길래 설명해 주고 돌려보냈다. 마찬가지로 같이 온 남학생은 보존서가 책을 원형서가에서 찾고 있길래 설명해 주고 돌려보냈다.


주말에 집에 갔다 오고 다시 일상을 시작하면서 여러 생각을 정리를 해봤다. 마음을 강하게 먹자. 불안하고 흔들리는 사람으로 남지 말자. 분명한 사람이 되자. 그게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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