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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뇽이 Feb 25. 2024

착각

꼬마 천사 졸업식

기억이 안 난다. 아주 어릴 때 했었던 상상인 것인지, 다 커서 방에 있으면서 했던 망상인 것인지.

아니면 아예 어디서 봤던 만화나 이야기의 내용일지도 모르지. 기억은 맨날 나를 속여먹으니까.


그래도 내 기억이 이번엔 맞다면, 이 이야기는 내가 어릴 때 '왜 어른이 되면 아기일 때의 기억을 잃는 것일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그 답으로 지어냈던 이야기다.


사람들은 아기일 때 몸이 만들어져 세상 밖으로 나오고 나면 하늘에서 꼬마 천사들이 날아 내려와 그 몸들 속으로 배정받아서 들어가 살게 된다.  


각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성격이나 성별, 능력, 장애 유무 그리고 부모의 부의 규모 같은 요소들의 차이로 이미 인생과 운명의 난이도가 저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꼬마천사들은 어떻게 배정되어야 할까?'


어떤 꼬마 천사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왜 내 인생만 이렇게 비참하지', '왜 나만 이렇게 평범하지 못하지' 하는 생각이 유독 자주 드는 가혹한 운명을 담당할까?


또 어떤 꼬마 천사가 좋은 부모 만나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고, 부침 없고 그늘 없는 순탄한 인생을 살 운명을 담당할까.


아, 천사들은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 천상에서 학교를 다니고 테스트를 치르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 훈련 성적이 뛰어난 우수 졸업생 순으로 험난한 인생을 배정받는 것이다. 멍청한 꼬마천사들에게는 힘든 운명을 감당하고 인내할 능력이 없으니까.


천기누설이 되고 세상의 비밀이 밝혀져버리면 곤란하니 꼬마 천사들은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기억을 잃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아기일 때를 기억할 수 없다!


헤헤 나는 멍청한 꼬마 천사였네.


이야기 만들 때는 나는 우등생 천사였구나 하는 생각으로 흡족해하면서  '그래, 이런 난이도면 정도는 돼야 버있지.' 라고 생각 했었는데.


알고 보니, 가만 보니, 남들 보니 내 인생은 그렇게 어려운 편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그렇다고 내가 잘 버틴 것도 아니었다. 히키코모리 생활을 10년이나 해버렸으니. 나는 그냥 응석받이에 어리광쟁이였다 싶다.


내가 열등생 꼬마 천사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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