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구매자 [홈플러스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내가 해왔던 모든 경험에는 쓸모가 있다.

by 김기강

이 글은 2011년 11월 22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경험했던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본인에게 2011년 11월 21일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날이다. 바로 만기 전역하는 날! 그리고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과 차가 없어졌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날이다.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설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본인이 군대에 있던 도중 집안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전역하는 날에 예전에 살고 있던 집이 아닌 이사 간 집(작은 집)으로 갔다는 내용]이다. 가끔씩 가족들과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다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로 아주 처참했다고 한다. [여동생 피셜 : 동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1인분 먹을 돈도 없었음..ㅠㅠ / 집 피셜 : 방은 2개지만 방문은 없어요! 거실도 없고요!] 정작 본인은 군대에 있었던 덕분인지 탓인지는 몰라도 현 상황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강한 친구! 대한육군! 의 군인정신이 깃들었다기보다 "나도 이제 민간인이다!"라는 막연한 즐거움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 찾아왔다. 군대 가기 전 본인의 주 수입원은 '엄마가 주는 용돈'이었다. '돈'이라는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 본 적이 없었기에 "용돈 좀 줘"라는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떡볶이 사 먹을 돈도 없었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용돈'이란 존재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갓 전역한 젊은 청년의 "민간인이 되었다!"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와 실행력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2011년 11월 21일에 전역한 다음날 2011년 11월 22일부터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2011년 11월 22일부터의 '아르바이트'의 이야기를 전부 담아내기보다 크게 3가지 주제로 풀어 보려 한다. 소개하자면 [홈플러스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부동산'을 배웠습니다!] [택배 상하차에서 'VIP 고객 대접'을 배웠습니다!]이다. 나열한 업과 동 떨어져 있는 것을 배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떻게 홈플러스(대형마트)에서 '요리'를 배웠는지, 어떻게 레스토랑(요식업)에서 '부동산'을 배웠는지, 어떻게 택배상하차에서 'VIP 고객 대접'을 배웠는지, 다양한 배움을 위해 상황을 타개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지만 스스로는 '얻었다'라고 생각한 것들을 풀어 볼 생각이다.



1. 홈플러스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혹 자세히 보지 않았더라도 일하시는 분들 연령대를 잠시 생각해 보자. 확실히 젊은 층보단 어머니 연령대 분들이 많이 계신 걸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마트 구인공고만 봐도 *50대~60대 취업 가능*이라는 문구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 자료는 아니지만 내가 일한 곳만큼은 연령대가 대부분 어머니 뻘 이셨다.) 본인은 대형마트(Hyper)가 아닌 익스프레스(Express)에서 일했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크기이기에 캐셔, 영업, 진열, 발주 등 업장이 돌아갈 수 있는 웬만한 일은 맡아서 했었다. 그로 인해 마트 직원들은 물론 타 지점 직원, 발주처 등 많은 분들과 인사하며 지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당시 자취생이었던 본인에게는 마트 '아르바이트'는 사막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폐기 상품은 가져갈 수 없으나 (폐기 상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점장님께 가지고 가도 되는지 여쭤봤다가 엄청 혼난 기억이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있는 저렴한 상품은 사갈 수 있었기 때문에 식비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었다. 사갔던 품목은 거의 정해져 있었는데 김치부터 시작해서 마늘, 고추, 양파, 감자, 자반고등어, 국거리고기 등 남아 있는 상품들은 매번 비슷했다. 다들 어찌 같은 것들만 남기시던지! 가끔 삼겹살이나 목살을 사갈 수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집에 가서 파티를 열곤 했다. (같이 사는 친구와 함께!) 하루하루 일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면 큰돈 들이지 않고 식비를 해결했다는 생각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아르바이트' 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직원 어머니와 함께 마감 중에 할인품목 결제하는 모습을 보시곤 "가져가서 요리해 먹나 봐? 기특하네~"라는 말을 던지셨다. 딱히 요리라고 해봤자 고등어는 굽고 고기도 굽고 마늘도 굽고 양파도 굽고 다 구워 먹었었다. 당시 얼버부리며 대답도 잘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말씀을 더 이어 나가시며 "그 고등어는 조림 해 먹으면 맛있어 OO고추장하고 OO올리고당 같이 넣고 해 먹어봐"라는 식으로 레시피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었다. 상세히 무언가 말씀해 주셨지만 당연히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조림'이라는 단어만 기억해서 '고등어조림'을 검색하여 요리를 해봤었다. 필요한 재료에는 양파, 마늘, 고추 등이었지만 (유통기한이 다 된 저렴한) 재료는 충분했기에 시도는 어렵지 않았다. 결과물은! 생각보다 성공적인 맛으로 기억이 된다. 그리고 이때 이후로 마트에서 장 봐올 때마다 직원 어머니들 붙잡고 "이건 어떻게 해 먹으면 좋아요?"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이 해 먹었던 게 '소고기 미역국', '닭볶음탕', '뒷다리, 앞다리살 제육볶음', '오징어 볶음', '고등어조림', '꽁치 김치찌개', '애호박을 곁들인 잔치 국수', '감자 모차렐라 치즈', '횟감이지만 연어 스테이크', '홍합과 조개탕', '비주류 브랜드 라면' 등이 있다. 위에 언급했든 항상 남는 품목들이 정해져 있어 해 먹는 것 역시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단순히 구워 먹는 것보단 훨씬 좋은 한상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마트 '아르바이트'를 통해 물류, 영업, CS까지 그리고 '요리까지 배운 사람'이라는 스스로에게 타이틀을 만들어 주고 학기를 맞추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