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왔던 모든 경험에는 쓸모가 있다.
이 글은 2011년 11월 22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경험했던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2. 레스토랑에서 '부동산'을 배웠습니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자영업자는 약 800만 명 그중 '요식업'에 해당되는 비율은 약 10% 내외 (70만~)이다. 수치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요식업'은 다른 자영업 업종들에 비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13년 카드 가맹점 발행 기준 요식업종 비율 약 34%)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요식업' 만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어느 곳에서든 접할 수 있는 업종이고 그만큼 쉽게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곳도 많이~ 존재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다시 '아르바이트' 이야기로 돌아와서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요식업'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방법은 '홀 서빙' 뿐이다. 주방에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멋지게 서빙하는 자신'을 생각하며 '홀 서빙'에만 지원했었다. 그리고 '고깃집 서빙', '삼계탕 집 서빙', '뷔페 서빙' 등 다양한 서빙을 경험했는데 그 경험을 살려 잡은 기준이 있다. '업장이 50평 이하일 것', '서빙하는 음식이 가벼울 것',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장소일 것', '주방장이 있는 곳', '가족끼리 운영이 아닌 곳'이다. 이 기준을 토대로 찾다 보니 결론에 도달한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양식, 일식 레스토랑'이었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던 '멋지게 서빙하는 자신'을 대입시킬 수 있는 곳은 '양식 레스토랑'이었다. 그렇게 마포구 홍대에 있는 '레스토랑 홀 서버'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되었다. 4층짜리 건물에 약 60평 내외의 반지하 레스토랑이었다. 양식 전문 셰프와 주방 / 홀 인원이 정확히 나뉘어 있어서 일 환경도 좋았고 일전에 '서빙' 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적응도 빨랐다. 빠른 적응력을 좋게 봐주셨는지 당시 대표님과 이사님들 하고의 회의 등도 참여하게 되었다. (프랜차이즈형 운영으로 정규직 직원들만 회의가 참여 가능했다.) 잦은(?) 회식도 대부분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때 듣고 알게 된 사실이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이다. 업장이 반지하에서 운영하고 있다 해도 홍대 한복판이다 보니 업장의 '보증금'과 '월세' 그리고 아실 분들은 아는 '권리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는 상권이다. 그런데 '월세' 부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보증금'과 '권리금'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상당한 충격이었다. '건물주가 대표님 지인인가..?' '지인이라도 왜..?' '돈이 너무 많아서..?' 어린 나이에 상상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납득할 만한 이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보증금과 월세는 깎을 수 없다!'라는 개념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부동산 벽면에 붙어있는 500/40, 1000/80이라는 금액들이 무조건 정해져 있는 거라 생각했고 흥정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린 나이였다는 걸 감안하면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그럴 수 있겠지만 그 뒤에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부동산'이라는 건 상대방에게 정당한 '가치'를 주면 교환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레스토랑이 있었던 4층짜리 건물의 주인은 '전 OO회장'님의 건물이라고 했다. 개인 갤러리 및 사택으로 쓰시는 건물이었는데 당시 레스토랑이 들어올 때 '자신이 오면 언제든지 식사를 제공해 주고 레스토랑 운영만 잘해주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무료로 드신다는 것도 아니었고 매일 오지 않으니 상황에 맞게 해 달라는 말씀으로 기억한다.) 정말 가끔가끔 오셨지만 언제 오실지 몰라서 오시게 되면 대표님 또는 본인이 따로 서빙을 했다. 식사하러 오시면 언제나 '닭다리 스테이크'만 드셨었는데 최대한 편히 식사하실 수 있게 [회장님을 위한 굽기] 주문과 스테이크를 잘라 드실 수 있는 [나이프와 포크를 별도로 배치] 해 두었었다. 항상 1/3 정도 남기시고 '잘 먹었다'며 비서님과 올라가시는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렇게 종종 오실 때마다 편히 드실 수 있게 최선을 다했었지만 결국 '돈이 많아서 보증금하고 권리금을 받지 않으시는 게 맞아..!' 정도로밖에 생각을 못했었다.
이후 레스토랑은 그만두고 학교 앞 자취방을 구하러 부동산을 돌아다닐 때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이 조금 발휘가 되었다. 처음 생각은 단순히 '보증금과 월세를 협상해 보자'였지만 당시 5만 원의 월세와 500만 원의 보증금을 낮출 수 있었던 건 회장님과의 만남을 '경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이 든다. 자취방 협상부터 말을 하자면 '오래된 집이지만 장판하고 도배는 안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만약 나갈 때 더럽다면 장판 하고 도배 꼭 해드리고 나갈게요' 이유로 월세와 보증금을 깎았었다. 생각보다 흔쾌히 받아 주셨고 나갈 때쯤엔 집이 많이 더러워져서 전부 해드리고 나갔었다. (큰돈이 나갔었지만 방을 구할 때 상황보단 훨씬 괜찮았다.) 보증금 500만 원과 월세 5만 원이라는 금액은 '부'를 가지고 있는 위치에서 보는 것과 일급이 5만 원인 사람이 보는 금액적인 '가치'는 하늘과 땅차이이기에 본인에게는 탁월한 협상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물론 어느 정도 재력이 있어야 위에 말했던 방법들이 통하는 것 일수 있다. 그럼에도 '닭고기 스테이크'를 드시던 회장님은 '내가 언제든지 식사가 가능한가?' '이 위치에서 불편함 없이 식사할 수 있는가?'의 '가치'를 '부동산'을 이용해 찾으신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레스토랑 메뉴에는 '닭다리 스테이크'가 없었다. 회장님만을 위해 따로 만든 메뉴였고 다른 스테이크류 식사도 없었기에 '나이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