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글로 쓰는 데 필요한 용기

어디에도 남기고 싶지 않은 상처에 대하여

by 여름 이후

사람들은 때때로 오직 자신만 읽는 일기장에도 거짓을 쓴다.

솔직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디에서도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기록으로라도 남겨두는 일이 두려워 조용히, 아무 일 없었던 듯 꾸며 적는다.


이토록 자신의 아픔을, 고통을 글로 쓰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나 또한 그랬다. 비록 조회수가 적어도, 구독자가 단 한 명도 없어도 이곳에 글을 쓰는 순간에는 늘 망설였다.


물론 그렇다 해서 모든 것을 털어놓거나 솔직하지는 못하다. 여전히 숨기고 싶은 순간은 뭉퉁그려 적어두고, 솔직한 감정은 배제한 채 글을 쓴다.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늘 자기 방어를 한다.


솔직함이 좋은 글의 미덕이라고들 하지만, 상처를 적어 내려가다 보면, 잊고 살았던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그때의 냄새, 분위기, 말투, 표정까지도. 글을 쓰는 동안 다시 한번 그 시절을 겪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아픔을 글로 쓰는 용기를 내는 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그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보이기도 하고 먼 미래에 다시 본다면 그때의 나를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글로 쓰기 전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내가 꽤나 잘 버티고, 잘 살아냈다는 사실을.


글은 아픔을 낫게 하지는 못해도

아픔을 견딘 ‘나’를 다시 꺼내어 세워준다.

그것만으로도 글쓰기는 충분히 의미 있다.


아픔을 글로 쓴다고 해서 모든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아픔은 더 이상 나를 ‘잡아두지’ 않는다.


글로 나온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만의 그림자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경험,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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