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돌보지 않는 순간에 대하여

프리랜서의 삶

by 여름 이후

프리랜서(라 쓰고 반백수라 읽는다)의 삶은 꽤나 단조롭다. 비교적 일이 적은 연말은 더더욱 그렇다.


아침에 느지막이 눈을 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영양제를 먹는다. 아직 육체가 덜 깨어났다는 핑계를 대며 핸드폰을 연다. 양심상 뉴스레터 몇 개를 훑어보다, 요즘 빠진 핸드폰 게임을 연다.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쯤 되면 죄책감에 시달린다. 밥을 안 챙겨 먹었다는 죄책감, 할 일을 미뤘다는 죄책감,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죄책감,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죄책감.


그때부터 게임의 한 챕터를 깨는 것처럼 할 일을 몰아 해치우기 시작한다. 책을 읽고 언어 공부도 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저녁 사간이 다가오면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밀린 집안일을 한다. 이렇게 일곱 번을 반복하면, 또 한 주가 지난다.


그리고 매일밤, 후회한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바쁜 시기엔 집에서조차 화장실도 갈 새 없이 일을 하고, 매일같이 이어지는 업무에 한 번에 많은 일을 받은 것을 후회하며 두통약을 먹는다. 그 와중에도 운동을 하고, 묵묵히 해내야 할 일들을 해낸다.


갓생과는 거리가 먼 나지만, 지금보다는 더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 하루도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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