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킨 여름의 발견

그들에게 바치는 여름의 기록

by 여름 이후

올해의 여름은 유난히 무거웠다. 교통사고가 있었고,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일도 겪었다. 뜨거운 햇살보다 더 깊숙이 스며든 건 그런 사건들이 주는 피로였다. 내게 올해 여름은 더위의 계절이 아니라, 견딤의 계절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외출이 쉽지 않은 날들에는, 그것을 오히려 좋은 핑계라 여겼다. 더운 여름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속에서 밀린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집을 정리하며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흘렀다. 무겁게 늘어진 몸과 부정적인 마음은 나를 자꾸 가라앉혔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들은 블랙홀처럼 나를 빨아들였고,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겨우 눈을 뜨는 생활이 이어졌다. 자기 위안과 자기 연민이 뒤섞인 감정은 나를 더 옭아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름만 알던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여성들끼리 모여 함께 살아가며, 채널을 꾸려 나갔다. 각자의 일을 이어가며, ‘N잡’이라는 이름으로 다채로운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나는 하루 종일 그들의 영상을 보았다. 누군가의 삶을 그렇게 오래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문득, 오래 묵혀두었던 열망 같은 것이 일어났다. 나도 저들처럼 살아야겠다, 라는 열망이.


그들은 작가이자, 유튜버이자, 댄서이자, PD였다. 단 하나의 일에도 벅찬 내게, 그들의 모습은 로망이자 꿈이었다. 사실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나는 작가라고 대답하면서도 늘 머뭇거렸다. 글을 쓴 지 십 년이 되었지만, 내가 써온 건 대개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맞춘 글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글, 내 마음을 담은 글은 없었다. 지금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고 스스로를 달래왔으니까. 그래서 그들을 보며 부러움과 동경이 동시에 솟구쳤다.


그들의 영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왔기에 지금이 만족스럽고, 그래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뜻밖에도 눈물이 났다. 나는 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가능하다면 20대뿐 아니라, 10대, 아니 태어나는 순간까지도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텐데, 라는 후회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또 다른 날에는 다시 살아도 결국 지금과 같지 않을까, 하는 체념이 나를 붙잡아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내게 큰 울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아주 오랜만에 ‘나의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의 요구에 맞춘 글이 아닌, 나의 마음을 담아낸 글.


지쳐 있던 2025년 여름, 내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준 사람들. 십 년 만에 나의 글을 쓰게 만들어 준 계기. 그리고 닮고 싶을 만큼 멋진 삶을 살아가는 유튜버 김은하와 허휘수. 이 글을, 그들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