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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용 Jun 14. 2023

광고, 광고할래

4. 포카리스웨트 - でも君が見えた (하지만 네가 보였어)


0) 잡설


일본에서 가장 핫한 광고감독을 꼽으라면 단연코 야나기사와 쇼 감독을 선택하겠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시셰이도 - 파티버스 광고로 떠오르는 감독이었던 쇼 감독을 당당한 명감독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 포카리 스웨트 - でも君が見えた (하지만 네가 보였어)이다. 


쇼 감독 작품의 특징은 원테이크나 스톱모션, CG를 사용하지 않는 광적인 표현기법이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이 작품 역시 두 컷의 원테이크가 이어져 제작된 광고인데, 제작 기간은 총 6개월이 소요되었고 본 촬영만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을 소개한 이유는 작품 자체도 매우 훌륭하지만 이런 작업이 용인되는 광고 시장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기도 하다. 광고 강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일본, 태국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감독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물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제품 판매'가 목적이 아닌 '브랜드의 메시지를 판매'한다는 그들의 접근이 창작자로서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1) 카피


手をのばそうよ。届くから。 

손을 뻗자. 닿을 테니까.


매우 간결하고 깔끔한 카피. 작품의 결말에 배치되어, 고민하고 있는 청춘에게 용기를 더욱 불어넣는 의도를 보여준다. 짧은 문장이지만 도치법을 활용해 맛을 더욱 살렸다.


워낙 비주얼 임팩트가 강력한 작품이기에, 카피의 효과가 크진 않았다. 조금 여운을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로 이전 무성 영화들이 이미지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것처럼, 나는 대사가 없는 작품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카피가 없는 인쇄 광고는 꽤 많지만, 영상 광고는 소수다. 언젠가 리뷰하겠지만 버버리 - Open Sapces 역시 그러한 광고의 좋은 예시다.


2) 비주얼



주인공인 나카지마 세나가 화면 중앙에서 걸어가고 있다. 그녀가 주인공임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시각적 연출이 두 가지 있는데, 1) 중앙에 배치했다는 것과 2) 다른 이들보다 느린 속도로 걸어가는 점이다. 또한 주변 인물의 시선 방향성을 그녀에게 향하여, 관객 역시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된다. 


인물이 뒤로 돌아보는 행위는 상황에 따라 '과거에 대한 회고''현재를 거스르는 결심'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녀의 표정과 직후 그녀가 역방향으로 달리는 상황을 통해 '결심'의 감정을 보여준다.



뒤돌아 달려가는 주인공 주위의 인물들은 마치 그녀를 둘러싸듯 프레임을 형성한다. 그리고 모든 인물들이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녀를 향한 사회적인 인식이 부정적임을 넌지시 보여주는 대목.


모든 인물에게 흰색과 파란색 조합의 의상을 코디했다. 포카리스웨트의 키컬러인 파랑을 강조하고, 시각적 집중도를 높여준다.

 


배경이 마치 분쇄된 종이처럼 갈라지고, 그녀가 뛰어가는 길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쇼 감독이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설정한 장치인데, 주인공이 걷는 길을 고난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그녀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어딘가로 향하는 문에 다다른 시점에, 그녀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본다. 직후 이어지는 행위로 인해 지금의 뒤돌아 봄은 '과거에 대한 회고' 감정에 가깝다.


그리고 이 시점에 렌즈의 왜곡이 유난히 강해보이는데, 이는 렌즈나 후보정 때문이 아니라 화면에 배치된 문과 벽면의 포스터를 휘어지게 만들어 인위적으로 왜곡을 강화한 것이다. 아마도 문을 여는 극적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숨겨진 의도가 궁금하다.



문을 연 주인공 앞에, 휘날리는 벚꽃잎과 등나무꽃으로 꾸며진 길이 등장한다. 등나무꽃의 꽃말은 사랑의 취함, 결속, 환영이다. 벚꽃의 꽃말은 정신적 사랑, 아름다움.



역풍을 뚫고 주인공이 도착한 곳은 학교 강당 무대 위. 특별한 관계로 보이는 여성이 서 있고, 둘은 반갑게 서로의 손을 잡는다. 이내 둘은 상승한다. 와이어 액션을 통해 둘의 만남이 매우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감정을 선사한다. 마치 서로가 애타게 기다려온 상황인 것처럼 말이다.



둘은 다시 역방향으로 함께 달려간다. 밝은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결말로 그들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 암시한다. 이 상황에서도 재밌는 점은, 주변 인물들의 반응이 역시나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반응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들은 끝까지 시종일관 주인공의 행위를 의아하게, 비정상적이게 바라보고 있다.


글을 쓰면서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본능적으로 느꼈던 회의감이 확실해졌다. 이 작품에는 동성애 코드가 은밀하게 숨어져 있었다. 과한 해석이 아닐까 싶을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완결편을 발견하였다.



나는 이 글을 쓰며 깨달았는데, 해당 유튜브 댓글에도 같은 지점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많아서 아쉬웠다. (나만 눈치챈 줄 알았는데!)



*주인공이 문 앞에 다다르기 직전, 카메라는 이 두 인물을 비춘다. 아마 이들도 역풍을 뚫고 달려온 인물들인 듯하다.





3) 음악


<A_o - BLUE SOULS>


その手を離してしまったなら

그 손을 놓았다면
きっと もう取り戻せないはずなんだ

이제는 분명 되찾을 수 없을 거야

こうしてまた 春を超えてゆく

이렇게 또 다시 봄을 넘어가고
冗談のように 今日を忘れてゆく

우스갯소리처럼 오늘을 잊어 가지

目に映るもの全てを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을
青色に染めてゆく

파랗게 물들여 가
何が起こるかはわからな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
でも君が見えた

하지만 네가 보였어


포카리스웨트 CM을 위해 일본 듀오 가수 A_o가 제작한 음원이라고 한다.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항상 고교생을 등장시키며, 청춘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들이 추구하는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BLUE SOULS의 가사 역시 청춘을 허비하지 말라는 응원을 담아냈다. 특히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 하지만 네가 보였어' 구절은 완벽히 작품의 서사를 담아내어 더욱 애틋하게 들린다.


오직 이 작품을 위해서 음악이 제작되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


4) 끝마치며


정말 좋은 작품이지만, 해당 광고에 대해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거야?'라는 반응도 꽤 많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감독의 숨은 의도에 본능적인 회의감을 가진 이들이 꽤나 많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의도치 않게 분석보다 해석에 가까운 글을 쓴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야나기사와 쇼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함께 선보여서 감독만의 특징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에 이어 2022년 포카리스웨트 CM 역시 아주 굉장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작품이 본능적으로 조금 더 가슴에 와닿았는데, 아마도 전작에서 부족했던 점을 감독이 보완한 듯하다.


다음에도 역시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다. 읽어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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