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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용 Jun 08. 2023

광고, 광고할래

3. IKEA - Lamp


0) 잡설


전공수업인 CF워크샵 교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작품,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Lamp 이다. 존즈 감독은 굉장한 비주얼리스트라고 알려져있지만, 이 작품은 시각적인 기교 없이 감정묘사에 초집중한 명작이다.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은 알고 있지만, 2018년 Lamp의 시퀄이 나왔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듯하다.



전작에 비해 임팩트는 떨어지지만, 나름 뒷이야기를 통해 변화한 세상과 트렌드를 시사하여 재미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존 말코비치 되기', 'Her' 등의 연출 경험을 통해 영화감독으로서도 좋은 필모그래피를 보여주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런 감독들에 대한 글도 써 보려고 한다.


1) 카피


Many of you feel bad for this lamp.

This is because you're crazy.

This lamp has no feelings, and the new one is much better.


Unboring


램프가 불쌍해 보이면, 당신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램프에겐 감정이 없어요, 새로운 게 훨씬 낫습니다!


작품 외적으로, 당시 미국 가구 시장에서 이케아는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Unboring 캠페인을 진행했었다. '가구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은 지겨운 일이니, 부담 없이 새로운 가구를 자주 들여라!'는 아주 공격적인 캠페인. 이를 아우르는 슬로건이 'Unboring' 이라는 단어였다.


Lamp 카피에서도 드러나듯, 버려진 램프에 감정을 이입하는 관객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불편하지만 납득되는 진실을 재치있게 보여준 카피라고 생각한다. 카피를 전달하는 인물 역시 효과적이었다. 괴짜같은 남성이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제 4의 벽을 깬다. 


'당신은 비를 맞는 램프에겐 연민을 느끼지만, 이 괴짜 남성에겐 티끌만한 불쌍함도 느끼지 않는다. 제정신이냐?'


미국인, 넓게는 전세계인의 관념을 깨부쉈던 대단한 작품이다.


2) 비주얼



붉은 램프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창밖 풍경을 통해 바쁜 도시라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전기 코드를 뽑아 들고 나가는 행위를 통해 램프가 버려진다는 상황을 단 한 컷만에 보여줬다. 간결함은 최고의 무기이다.



POV 샷을 통해 램프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같다는 인식을 부여한 대단한 시퀀스다. 멀어져가는 자신의 자리를 바라보는 시점이 얼마나 슬픈지. 따뜻한 방 분위기에 비해 야외는 푸른 색온도를 띠어 Color Depth를 강화하였고, 바깥 세상이 쌀쌀하고 춥다는 느낌을 보여준다.



쓰레기와 함께 버려짐으로써, 램프가 완전히 버려졌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멀어져가는 주인을 바라보는 애처로운 램프의 뒷모습. (바람 때문에 바들바들 떨리는 게 추워하는 모습같아 슬프다...) 사실 이전 컷에서 램프의 헤드는 전혀 주인을 바라보는 방향이 아니지만, 다음 컷에서 의도적으로 각도를 조절하였다.

 


폭우가 쏟아지고, 램프는 애처롭게 비를 맞고 있다. 도시의 적막함과 날씨는 슬픈 감정을 고조시키고, 백라이트를 통해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고독함을 드러냈다. 쓰레기통과 자동차, 쓰레기 등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램프에 최대한 시선을 집중시킨 포인트.



교차 시퀀스를 통해 버려진 램프와 자신을 대체한 램프를 보여준다. 로우앵글과 하이앵글의 효과를 아주 탁월하게 사용한 시퀀스다. 



달리 아웃과 틸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지막 시퀀스. 참 웃긴 점은, 지금까지 나열한 모든 시퀀스를 통해 램프에게 의도적으로 감정을 이입시켜놓고 마지막엔 관객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발칙함이다.


Lamp 는 네러티브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얼의 개성을 최소화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적으로 다양한 깊이감을 만들어내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등 면밀히 뜯어보면 참 똑똑하게 촬영된 작품이다.


3) 음악


BGM에 대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음악 역시 피아노 선율 하나만으로 구성된 곡으로 매우 간결하여, 작품에 몰입하게끔 도움을 준다. 


2018년 시퀄작에도 똑같은 음악이 사용되었는데, 중간부터 분위기가 전환되며 밝은 음악으로 바뀐다. 음악을 통해 오리지널에 대한 존경심이 매우 잘 드러난 듯하다.


4) 끝마치며


정말 심플한 작품이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 명작으로 불리는 존즈 감독의 Lamp. 결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몰입시키는 것이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다음에도 좋은 광고로 찾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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