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정 Feb 24. 2024

13. 어쩌다보니 교사가 되었다.(2)

어? 정신차려보니 2024

 기간제 교사 면접을 봤고, 면접을 붙은 학교는 대전에 있다. 기회와 고독의 도시 서울을 떠나 대전으로 이사했다. 삶 속 중대한 일들이 동시에 또 빠르게 바뀌었고, 와중에 다양한 이별도 겪었다.


 숨 쉴 틈없이 학기가 시작했고 처음해보는 수업 및 공무 행정업무에 연초에는 쓰러지기도 했다. 참 운이 좋게도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어서 집밥도 먹고 따뜻하게 자고 부족한 점 없이 지냈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쉽지 않은 직업이더라. 세상천지 쉬운 일이 어딨겠냐만... 그렇다고 안 힘들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냥 했다. 왜냐하면 아프던 말던 그 수업은 해야했고, 학생들이 학교에 있다. 회사일과 학교일 사이의 커다란 차이점은 학생이다. 학교에는 학생이 있기 때문에 교사는 수업이든 업무든 멈출 수 없고, 내 업무를 잘 처리해두었더라도 맘편히 연차를 쓴다던지 자리를 비울 수 없다. (물론, 어디든 어쩌구 질량보존의 법칙대로 맘대로 하는 교사도 있다.) 

 난 고등학교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치는 사고 스케일도 작진 않고, 공휴일이든 방학이든 가정 내 보호자에게서도 곧잘 연락이 온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곤 있지만, 교사든 뭐가되었든 나도 인간인지라 지치고 분노하고 슬플 때도 많다. 


 동료 교사들 말로는, 내가 초임교사인데 3년치 사고 및 업무를 당했다고 한다. 체감상 그런 것 같아서 동의했다. 교권하락과 가정 내 세대교체, 학생과의 세대차이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넘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인간적인 모욕과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폭력사고 등등등등을 겪어야 했으니까.

 그 와중에 열심히 본인들의 고민을 마주하고 행동하는 학생들을 보며 중도포기하지 않고 2023 교사로의 첫 해를 마무리 했다. 학생들이 날 나락으로 보냈다가도 구원해주기도 한다. 빌어먹을~


 1년 계약제이므로 다음 해엔 뭘 하지~ 라는 고민이 생길 때 쯤, 계속 이 학교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솔직히' 윽.. 여기서 이걸 더? 노땡큐~' 라는 마음이 5m 파도처럼 일었다. 하지만 관리자 면전에 바로 노땡큐 하긴 마음이 불편해서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결론은 담임하던 친구들 졸업은 시켜보자하는 마음에 1년 더 하게 되었다. 여러모로 아주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고, 곰방대 시절의 업무처리 방식도 여전히 뜨악스럽지만... 뭐 나도 어떤 이들에겐 한심해보일 것이기 때문에 뭐 잘났냐 싶어 우선 해보기로 한다. 애들 졸업해서 나가는 모습 보고싶기도 하고... 그래도 뭐든 얻어서 나갈 수 있었으면 해서.


 올해엔 쓰러지기 싫어서 몇 일전 어쩌구저쩌구 예방접종도 미리 맞았다. 접종 후 생각보다 아파서 억울했다. 수업 준비하다가 글 쓰는 중인데, 분명 수업 때 하기 싫다고 시발시발대는 십대들의 얼굴이 벌써부터 눈에 선해서 혼자 살풋 빡이 친다... 그래도 애들이 안전하게 그 때만 즐길 수 있을만한 시간을 보내며 재미있게 방학을 보내고 있으면 좋겠다. 따뜻하고 사랑받는 느낌도 받으면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12. 어쩌다보니 교사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