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생님이요? 여기서요?
'어쩌다보니'라는 말을 적고 나니, 좀 웃기고 무책임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어쩌다보니 된 것인걸?
몇 달 쉬면서 놀기도하고 딴 일도 기웃대고 완전 다른 분야 공부도 깔짝댔다. 앞으로 뭐먹고 살지 눈 앞이 캄캄하기도 했고 진실되게 편한 마음으로 될대로 되라지~ 싶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복잡한 마음을 감정에 담금질하다가, 문득 10년도 더 전에 교사 자격증을 따놨다는게 기억났다.
자격증이 분명 종이로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에 보관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아니 근데 우선, 그래서 선생님 일을 할 수 있겠어? 이렇게 갑자기 완전 처음인 일을? 음...
잃을게 있나? 그렇다면 Why not..?
우선 구직 사이트를 켜서 해당하는 교과목 선생님을 구하는 곳을 검색했다. 어? 근데 검색결과가 없다.
아, 교육청에서 찾아야 된다고 한다. 근데 어떤 교육청? 지역을 정해야한다. 우선, 거주지가 서울이니 서울시교육청에서 검색해본다. 역시 서울. 몇몇 사립학교에서 구한다. 지원하려는데... 어...? 1차 서류>2차 수업시연(!?)>3차 면접이 지원 과정이란다. 수업..시연....? 검색해본다. 유투브에 임용 준비하는 많은 예비교사들이 올린 시연 영상을 보며 솔직히 약간 겁이 났다. 관중(학생)없는 공연(수업)을 솔로로 15분정도 해야한단다. 앞에 약 3명의 면접관을 두고......!
서류랑 면접은 해보면 알겠다만, 수업 시연은 학교마다 다른 조건과 컨셉에 맞춰서 그 때마다 짧은 수업을 준비해야한다. 시나리오, 대본, 제스처를 구성하고 외우고 자신의 모습을 녹화하는 등 지원하는 것 조차 상당히 망설여지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할 지도 감이 안왔다.
하지만 인터넷의 힘과 교육 관련 주변인들의 감사한 조언들을 구해서 휘청휘청 마구잡이식 준비를 시작했고, 어찌저찌 지원은 해서 떨어지기도 하고 면접을 보러다니기도 했다. 수업 시연은 상상이상으로 준비와 연습이 많이 필요해서 여러 밤을 샜고 스트레스도 심했다. 시연과 면접을 보며 세상엔 분야별로 내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프로페셔널들이 있다는 것과, 어떤 곳이든 역시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 많다는 것도 느끼며ㅋㅋ 첫 도전의 재미와 긴장감, 또 실패의 실망감과 슬픔도 경험했다. 아~ 머리털도 빠지고 잠도 못자며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도 나태해진 생활에 매우 갑작스럽긴하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긴장감을 훅 불어넣으니 활력이 생기면서 계속되는 낙방에 오기도 생겼다.
아쉽지만 서울은 초임 교사(=나)를 원하지 않는대. 이참에 언젠간 정착해서 살고 싶던 타도시로 지역을 바꿔봤다. 그 근처 도시 포함한 교육청사이트들에서 검색하니, 역시나 구인 공고가 수도권보다 훨씬 적다... 심지어 교사 구인 공고는 지원기간이 2-4일 정도로 진짜 짧다. 나처럼 준비가 안된 지원자는 거의 지원서를 넣기도 어려울정도로 기간이 짧아서 놀랐고 너무 열받았다. 근데 열받아서 내가 어쩌시게요~ 하면서 또 지원서 넣으며 시연과 면접준비를 지속했다.
어느날 아침, 자다가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지원하던 지역의 학교에 공고가 하나 떴는데 과정에 수업시연이 없고(!) 마감이 오늘인가 내일까지란다. 불면에 시달리던 시기에 잤던 잠이었어서, 공고고 나발이고 잠결에 통화내용도 잘 기억이 안났고 꿈에서 한 통화같았다. 그래도 우선 일어나서 기대는 없이 서류를 준비해서 지원메일을 보냈다.
면접을 보러오라는 연락이 왔다. 1박 2일 소요가 예상되는 면접의 여정을 준비하여 해당 도시로 출발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