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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돌이 아빠 Jun 18. 2023

<겉밝속축>을 시작하며

<겉밝속축> 낙서만큼은 솔직하게

<말 흐리기> 23 x 16 cm, 종이에 펜과 수성 마커펜

"이 양반, 참 겉보기랑 다르게 속이 시커메!"


 나는 속내를 잘 못 드러낸다. 꼬맹이 때부터 엄마가 우는 목소리로 '남에게 상처 주는 말 하지 말라'던 신신당부와 2차 성징이 지나고 어떻게든 또래들 틈에 문제없이 끼어 들어갈 수 있도록 단련해 온 상냥함은 '싫은 내색', '본심'을 멀끔하게 지워냈다. 그리고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던 10여 년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가깝게 지내던 동기가 했던 말에 폐부가 관통당하는 듯했다.


'그래, 나 하고픈 말 잘못한다. 나도 가끔은 내 속내를 모르는데. 뭐, 어쩌라고.'


 적당히 살아질 줄 알았던 삶은 언제부터인가 남들의 것과는 궤도가 많이 차이 나기 시작했고, 벌써 10년, 20년 동안 탈없이 묻어놨던 앙금이나 홧덩이가 마른 가을 불씨처럼 다시 활활 타오른다. 나는 꾹 닫은 입으로 또 '상처 주는 험한 말'을 묶어놓고 정처 없이 걷곤 했다.


"그래, 최소한 가볍게 그리는 낙서에는 흉금을 트자."


 <겉밝속축>은 '겉은 밝은 척하나 속은 어둡고 축축한' 별거 아닌 혼잣말 같은 드로잉과 글의 모음이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니 보는 분들이 언뜻 본인의 것 같은 사연이나 공감 갈 만한 일들을 적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최소한 여기에서만큼은 솔직하고 싶지만, 또 모르지- 꾸준히 보는 사람들이 생기면 눈치가 보일 지도.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이렇게 생겨먹은걸.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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