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발제 4. 나태주 작품 중.
그래도
나는 네가 웃을 때가 좋다
나는 네가 말을 할 때가 좋다
나는 네가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좋다
뾰로통한 네 얼굴, 무덤덤한 표정
때로는 매정한 말씨
그래도 좋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행복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강물과 나는
맑은 날 강가에 나아가 바가지로 강물에 비친 하늘 한 자락을 떠 올렸다
물고기 몇 마리 흰구름 한 송이 새소리도 몇 움큼 건져 올렸다
한참 동안 그것들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믿음이 서지 않았다
이것들을 기르다가 공연스레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걸음을 돌려 다시 나는 강가로 나아가 그것들을 강물에 풀어 넣었다
물고기와 흰구름과 새소리 모두 강물에게 돌려주었다
그날부터 강물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물고기와 흰구름과 새소리하고도 친구가 되었다
시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