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수입 200만 원인 단골 목욕탕, 얼마나 버틸까
사우나를 즐기는 편이다. 주중 집에서 매일 취침 전 샤워를 해도 일요일엔 어김없이 목욕탕을 찾는다. 집에서 하는 샤워는 개운하지 않다. 섭씨 60도의 건식 사우나 도크에서 땀을 흘리고 따끈한 열탕과 얼음장 같은 냉탕을 왕복하며 몸을 담그면 몸속 노폐물이 배출되고 한 주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내가 요즘 가는 곳은 대학가 근처의 옆동네 목욕탕으로 60대 초반의 여사장님이 남탕과 여탕에 각각 세신사를 두고 홀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작지만 내가 좋아하는 조건을 적당히 갖췄다.
개인적으로 규모가 크고 다양한 시설을 갖춘 대형 사우나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손님이 많으면 수질관리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시끄럽고 산만하다. 그렇다고 관리가 엉망인 낡은 동네 목욕탕을 갔다가는 외려 때를 묻히고 오는 듯한 찝찝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제 단골이 된 옆동네 목욕탕은 소박하지만 깔끔하다. 기존 지하목욕탕을 리모델링해 작년 11월에 오픈한 목욕탕은 작고 필수적인 시설만 갖춘 곳이다. 무엇보다 조잡한 조형물이나 그림이 그려진 타일 등 불필요한 장식도 없다. 다만 온통 흰색 타일 일색이라 내부가 밝지만 관리하긴 쉽지 않을 듯했다.
손님이 많지 않아서인지 성실한 인상의 50대 후반의 세신사가 관리하는 남탕은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청결하고 탕의 수질도 늘 깨끗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한다. 가격도 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다.
하지만 봄이 완연한 4월부터 가격이 9000원으로 인상됐다. 오픈 6개월 만이다. 세신사에게 “이젠 손님이 좀 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의 입에선 한숨부터 나왔다. 그는 “사장님이 왜 하필이면 가을도 아니고 봄에 목욕비를 인상했는지 모르겠다”며 묻지도 않은 말까지 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영하지만 이것저것 빼고 여사장이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원 남짓이라고 했다. 초기 투자금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본인 인건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다. 이제 날씨가 더워지면 손님이 더 떨어질 시기다. 손님인 내가 걱정될 정도였다.
목욕탕은 사양사업이다. 지난 3월 한국목욕업중앙회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목욕장업 영업장수는 5,714곳으로 1년 만에 673개(-10.5%)가 문을 닫았다. 업계에선 실제론 더 많은 목욕탕이 폐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대중목욕탕은 시설을 철거하는데도 최소 1억 5000만 원 이상 들기 때문에 폐업도 못하고 있는 곳도 많다고 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에 목욕비도 치솟고 헬스장, 수영장, 피부관리실 등 대안이 다양해지면서 동네 목욕탕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내 단골 목욕탕의 영업이 부진한 것은 이처럼 사우나 시장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지만 여사장의 영업마인드도 문제다. 이곳의 티켓 창구엔 ‘현금 또는 계좌이체 손님 환영’이라고 쓰여있다. 그런데 손님 대부분은 카드로 결제한다. 아무런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역화폐카드는 아예 받지 않는다.
계좌이체 또는 현금 고객에게 단 500원이라도 저렴하게 해 주고 매월 7~10%의 인센티브가 있어 서민들이 애용하는 지역화폐카드를 받는다면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어느 동네 목욕탕 간판처럼 손님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슬로건을 내걸건 아니면 손님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마케팅을 구사하든 업주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난 옆동네 단골 목욕탕이 오래도록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음고생 때문인지 늘 그늘 진 여사장님의 얼굴이 활짝 펴졌으면 한다. 물론 나도 조용한 목욕탕에서 심신을 씻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단골 목욕탕이 얼마나 버틸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