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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커브' 손흥민, 위기와 기회

by 박상준

손흥민은 아시아 축구 최초의 글로벌 슈퍼스타.(영국 BBC)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일본 NHK)

팬들이 축구장에 올 수 없는 시기를 맞아 축구의 즐거움을 전달해야 했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은 이론의 여지없이 손흥민이다.(영국 넘버원 축구매거진 포포투).


<토트넘 홋스퍼 SNS 캡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축구 인생은 영광과 환희로 점철돼 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은 아예 자신과 박지성을 합해도 손홍민을 반도 못따라간다고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독점왕을 차지한 경력은 그가 세계 정상급 축구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다.


전성기 때 손흥민의 경기 모습을 보면 ‘월드 클래스’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중계방송을 보다가 “이건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골 망을 흔들었다. 본인이 원하는 타이밍에 슛이 걸리기만 하면, 거의 대부분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슈팅의 정확도와 파워는 물론이고 장기인 박스 밖에서의 감아 차기, 무회전 슈팅, 원터치 슈팅, 칩슛 등 슈팅 스킬도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토트넘에서 뛰거나 ‘국가대표’경기에서나 그는 출전할 때마다 ‘골’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전광석화같은 슛으로 팬들의 기대감에 십분 부응했다.


하지만 올해 33세인 손흥민에겐 세월의 그림자가 어른 거린다. 지난해 9월 유로파리그 1라운드 가라바흐 전에서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한 이후 ‘에이징 커브(Aging Curve / 나이가 들면서 운동능력이 감퇴되는 현상)’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프로선수들은 반응속도가 0.1초라도 늦으면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다. 그래서 젊음이 유리하고 체력관리가 소중하다. 최근 손홍민 경기를 보면 확실히 감각이 예전에 비해 떨어진 모습을 보여 탄식을 자아낸다. 열심히 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선 처음 겪는 침체기다. 토트넘 붙박이 공격수인 손흥민은 매 시즌까지만 해도 큰 부상이 아니라면 늘 선발로 출전해 그라운드를 지휘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풀타임 소화 횟수도 크게 줄어 지난 2월부터 EPL 5경기에서 평균 약 55분을 뛰는 데 그쳤다. 현재 리그 득점은 7골로 2015년 이적 이후 최저치다. 팀내에서 존재감이 떨어지면서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방출설, 이적설을 양산하고 있다.


그라운드뿐만 아니다. 팬들이 예상못했던 ‘사생활’이 불거지면서 손홍민의 호감형 이미지에도 심한 스크래치가 생겼다. 그는 EPL에서도 인정받는 출중한 축구 실력에 못지않게 성실하고 깨끗한 사생활로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올해의 스포츠 스타 1위(한국갤럽)로 뽑혔다. 이 때문에 TV만 켜면 그가 나올 만큼 광고계에서도 블루칩이다.


사실 30대 미혼인 손흥민이 여성을 사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혈기 왕성한 청춘에는 만났다 헤어질수도 있다. 다만 '모범적인 축구스타'라는 명성은 사생활에 족쇄로 작용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경기력 난조에 사생활 이슈까지 겹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손흥민에겐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할 만큼 최악의 상황이다. 본인의 심경은 알 수 없지만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듯하다.


다행히 반전의 기회는 있다. 오는 22일 스페인 발바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격돌하는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이다.


만약 손홍민이 이 경기에서 놀라운 기량으로 골을 기록하고 커리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모든 악재는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선수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손홍민에겐 올해의 불운을 뒤집고 자신의 존재이유를 보여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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