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의 실망스런 관광행정

by 박상준

전남 강진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1장 1절에 등장한다. 저자인 유흥준은 ‘월출산, 도갑사, 월남사지, 무위사, 다산초당, 백련사, 사당리 고려청자 가마터’ 등을 거론하며 "그곳에는 진주 같은 무형의 문화유산이 있고 저항과 항쟁과 유배의 땅에 서려있는 역사의 체취가 살아있다”고 했다.


<강진 바스락길 1코스 인연의길을 걸으려면 석문산 사랑+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나 역시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강진과 해남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청년시절부터 강진과 해남 일대의 명소를 찾았다. 대흥사와 일지암, 달마산 미황사, 시인 김영랑의 체취가 서려있는 가우도, 정약용과 혜장선사의 인연이 깃든 다산초당과 백련사 등도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감흥을 준다.


남녘 청보리밭에 아지랑이가 핀 쾌청한 지난 주말 7년 만에 강진을 찾았다. 이번엔 관광이 아니라 도보여행이다. 트레킹 카페 회원 45명이 강진 바스락길 1코스 인연의 길을 걸었다. 이 길은 도암면사무소~석문산~다산초당~백련사를 걷는 8km 코스다.


이번 걷기 투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진군 관광행정의 민낯을 보았다. 강진은 매력적인 관광명소는 차고 넘치지만 관광행정은 수준이하다.


사연은 이렇다. 단체로 움직이다 보면 사전에 코스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코스도가 있어도 길 상태와 이정표 유무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공사 때문에 통행이 금지되거나 길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답사를 다녀오는 것이다. 하지만 충북 청주에서 강진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을 포함해 왕복 8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아주 먼 곳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담당부서로 문의하면 대체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단체탐방객들이 그 지역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특산물을 사는데 마다할 지자체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진군은 달랐다. 군청 홈페이지에 등록된 관광과로 문의하니 그런 걷기 코스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물론 홈피엔 ‘남도유배길’로 표시됐으니 헷갈릴 수 있지만 코스상태에 대해선 대답을 못했다. 청내 아는 분을 수소문해서 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이 길의 들머리인 도암면사무소로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도 답답해 강진 '열린군수실'로 전화해 이 코스에 대해 아는 직원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뒤 연락처를 알려줬지만 톡으로 코스도 한 장 보내준 뒤 연락이 없었다.


관광과 공무원이라고 그 긴 ‘남도유배길’을 걸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강진군내 걷기 코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담당 공무원들이 모른다면 걷기 코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나 민간네트워크는 확보해야 한다. 그게 멀리서 온 탐방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강진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강진군수 인사말 첫머리에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을 방문해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영혼 없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 강진 방문을 통해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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