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 9월 명품트레킹 코스 5선.

by 박상준

어느 시인은 9월을 여름 끝물의 더위와 가을의 신선함이 교차하는 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꼬리를 감추고 어느새 초가을이 시작됐습니다.

미지근한 온기와 서늘한 냉기가 섞인 날씨가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이럴 때는 먼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올해는 한가위연휴도 9월에 있습니다. 여유 있는 도보여행을 계획할 만 합니다.

이달의 갈만한 길로 *전남 영광 칠산갯길 6코스 불갑사 꽃무릇길 *경북 예천 회룡포 *강원도 인제 세이령길 *경북 청송 주왕산 주방천길 *전북 부안 변산마실길 2코스 노루목 상사화길을 선정했습니다.



'붉은 그리움' 전남 영광 칠산갯길 6코스 불갑사 꽃무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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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군락을 보면 영화제 개막식에 깔린 붉은 카펫처럼 화려하지만 그 꽃에는 진한 외로움이 숨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꽃무릇을 상사화라고 한다. 하지만 상사화는 붉은 상사화, 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꽃무릇은 오직 한 종류다.

그래도 구분을 못하겠다면 초가을, 이곳을 가보면 된다. 가을 단풍이 시작되기 전부터 온 산이 붉게 물드는 곳, 전남 영광 불갑산(佛甲山, 516m)이다. 9월 중순이면 애틋한 붉은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꽃무릇은 나무아래 무리지어 핀다고 붙은 이름인데 불갑사 칠산갯길은 거대한 군락을 이룬 꽃무릇이 얼마나 가슴시리도록 황홀한지 보여주는 길이다.

칠산갯길을 품고 있는 불갑산 전역이 붉은 물결이고 코스도 다양하다. 이중 군락지를 보면서 정상까지 다녀오는 불갑사~동백골~구수재~연실봉~해불암~동백골~불갑사로 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적당하다. 총 7.3km,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난이도는 중.


‘가을향기 짙은 육지속의 섬’ 경북 예천 회룡포 걷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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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명승 제16호인 경북 예천 회룡포는 낙동강으로 합류되는 물길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면서 만든 육지속의 섬이다.

회룡포 강가에 반짝이는 하얀 모래사장을 감싸며 돌아가는 옥빛물길의 아름다운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이 곳 주민들이 ‘아르망 다리’라고 부르는 두 곳의 ‘뽕뽕다리’도 화룡포의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산과 들과 강의 어울림은 파란하늘, 투명한 햇살을 품은 바람과 함께 멋진 조화를 이뤄 가을향기를 뿜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회룡포가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인 ‘준서와 은서’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마을로 등장한 것은 가을과 어울리는 다채로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룡포와 강변, 황금들녁을 바라보며 걷는 코스의 거리는 8km. 난이도는 중이다.


‘적막한 비밀의 숲’ 강원도 인제 대간령(세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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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용대리에 있는 대간령은 어디선가 산적이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깊은 산속 ‘비밀의 숲’이다. 평창에 있는 대관령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세이령이라고 불리고 대간령이라고도 한다.

대간령은 인제군과 고성군을 잇는 고개다. 부드럽고 투명한 햇볕, 달빛과 별빛이 거칠 것 없이 쏟아지는 그런 곳이다. 진부령과 미시령에 길이 뚫리면서 발길이 뜸해졌고 1970년대 정부가 산촌 주민 이주정책을 펴면서 길이 통제된 첩첩산중 오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지여행가나 가끔 세속을 벗어나고 싶은 도보꾼들만 종종 옛길을 걸으러 찾아오는 알려지지 않은 두메산골이다.

대간령 옛길은 용대리 박달나무 쉼터에서 시작해 작은 새이령을 지나 마장터를 거쳐 정상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약 8km 코스다. 마장터는 그 옛날 영동과 영서 사람들이 만나 시장을 열었던 자리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馬)이 거래됐던 장이다.

잠시라도 심산유곡의 원초적인 풍경 속에서 사색하며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길이다. 오지라고 하지만 길은 험하지 않다. 소요시간 3시간 난이도는 중.


*경북 청송 주왕산 주방천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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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주왕산(해발 721m) 국립공원은 낙동 정맥에 우뚝 솟아 있다. 지금은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옛날에는 산길을 걷고 걸어 고개를 넘고 넘어야 닿을 수 있던 오지중의 오지였다.

주왕산은 주왕(周王)에서 따왔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때 진나라 재건을 위해 반역을 일으킨 인물로 알려졌다. 반역에 실패해 쫓기고 쪽겨 신라 땅까지 들어서게 되는데 주왕굴에 숨어 있다가 신라장군 마일성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전해진다.

주왕의 전설을 간직한 주방계곡을 따라 1, 2, 3 폭포뿐만 아니라 지금은 흔적만 남은 전기없는 마을이었던 내원마을까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주변엔 우리나라 3대 약수로 손꼽히는 달기약수탕이 있다.

주왕산 트레킹은 주방천 코스(대전사~제1폭포~제2폭포~제3폭포 총 6.8km 3시간 소요)뿐아니라 절골코스(절골 공원 지킴터~대문다리~가메봉~후리메기~주봉~대전사. 총 12.5km. 6시간 소요) 장군봉 코스(월외공원지킴터~너구마을~장군봉~대전사. 9.4km. 5시간소요)등이 있다.


*전북 부안 변산마실길 2코스 노루목 상사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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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초가을 바닷길로는 가장 빼어난 코스중 하나다. 해변 철책 초소길을 따라 자연적으로 조성된 상사화 군락지를 만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연상하는 붉은 상사화가 아니다. 흔히 보기 힘든 노란 상사화다.

꽃이 활짝 피면 진로랑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마실길 일부 구간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장관을 연출한다.

껑충한 연초롱 꽃대 끝에 왕관처럼 얹혀진 노랑 꽃술이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상사화도 지천이지만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도 만발한 코스다. 뿐만 아니라 솔향 가득한 송림과 금빛 모래사장도 걷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노루목 상사화길은 부안군 변산면 송포갑문에서 출발해 고사포를 거쳐 성천마을에서 마무리되지만 격포항까지 코스를 늘리면 더 좋은 풍광을 접할 수 있다. 3시간 걸리며 난이도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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