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20대와 히키코모리

by 박상준

지금 20대는 '고독'을 친구로 삼고 있다. 남들과 '함께' 보다는 '나 홀로'를 훨씬 편하게 느낀다. 오롯이 나만의 취향을 즐기며 행복을 찾는다. 설문 결과가 말해준다. 작년 말 알바몬과 잡코리아가 20대 남녀 2928명을 대상으로 '나홀로족 트렌드'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대 응답자 중 88.7%가 '평소 혼밥, 혼영(혼자 영화보기)등 혼자서 해결하는 것들이 있다'고 답했다. 거의 90%가 ‘나홀로족’이라니 놀라운 수치다.

혼밥(90.2%), 혼공(68.9%), 혼영(53.6%), 혼강(50.0%)등 무엇이든 혼자 하는 청년들이 늘었다. ‘혼자가 편해서(46.1%)’거나 '내 취향껏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31.8%)'가 대부분이었다.


폴 틸리히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에 따르면 외로움은 두 가지가 있다. '론리니즈와 솔리튜드'다.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론리니스,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은 솔리튜드다. 사람들은 외로움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남과 어울린다. 하지만 때론 남과 함께 무엇을 하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기꺼이 '함께' 보다는 '나 홀로' 시간을 갖는다.

이를테면 솔리튜드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 20대가 그렇다. 청년들 중에는 '홈루덴스족(族)'도 많다. 홈루덴스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홈(home·집)'과 라틴어 '루덴스(Ludens·놀이하는)'를 합쳐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 2030 세대의 72.3%가 스스로를 홈루덴스족이라는 조사도 있다.


에드워드호퍼.jpg 에드워드 호퍼의 Elevan A.M

나홀로족이든 홈룬덴스족이든 청년들이 스스로 원하는 일이긴 하지만 '솔리튜드'라고 분류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20대는 가족 분포상 '외동'이거나 형제가 별로 없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 방을 가진 세대이고 아파트 문화 특성상 동네 친구를 만들 기회도 적다. 10대 시절 부모에게 과보호를 받다 보면 학창 시절 원만한 친구관계를 형성하기도 쉽지 않다.

나 홀로가 편한 이유지만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터다. 2년 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대 성인남녀 26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20대 중 58.5%가 현재 고독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혼자가 편하기 하지만 고립감이 깊어지는 것이다.


나홀로족이라도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지친 심신을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달래고, 다시 사회와 교류할 에너지를 만든다면 외려 긍정적이다. 영국 정신분석학자 앤서니 스토는 "혼자 있는 시간은 자아발견과 자아실현의 기회, 즉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욕구와 충동을 인식하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청년층에서 나 홀로 생활이 심해지면 버려진 감정이 생기게 되고 자칫 히키코모리(히키)가 될 수도 있다.

히키는 6개월 이상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은둔형 외톨이를 지칭한다. 나홀로족이라도 일상적인 사회적 활동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니트족(청년 무직자)과는 달리 이들은 대인관계와 사회생활 자체를 감당할 수 없다.

일본에선 청년층에만 해당됐던 히키의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40세 이상이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의 미래다.


혼밥 하고 혼영 한다고 모두 히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홀로족이 두드러진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고독감으로 공허함과 우울증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자살 원인 1위가 자살이었고 자살률이 전년대비 9.6% 증가(2019년 통계청) 한 것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

나홀로족들은 아무리 혼자가 편해도 놀이공원 가기와 생일 보내기, 삼겹살 집에서 구워 먹기는 혼자 하기 가장 싫다고 답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배려와 양보를 통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혼자 있고 싶은데 같이 있고 싶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데 어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 친구는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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