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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Feb 22. 2023

결혼지옥 시대의 출산율 쇼크

시인 출신 유하가 작가 이만교의 소설을 토대로 연출한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영화가 나온 것이 벌써 20년전이다. 이 영화를 본 청춘들은‘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버린 영화’라는 반응이 많았다. 나름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저출산이 화두가 된 최근에 개봉했으면 대박을 쳤을지도 모른다.   



결혼에 대한 미련을 접은 ‘나홀로족’이 급증하고 있다. ‘나혼자 산다’는 TV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긴 손자를 볼 나이인 우리나라 50대 남성 열명중 한명(여성은 100명중 4.4명)은 싱글이라고 한다. ‘어쩌다 싱글’이 된 중년이 이렇게 많다보니 OECD국가중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합계출산율이 0.8%가 무너졌다는 통계는 너무 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78%로 역대 최저치이고 출생아수는 24만9000명이라고 한다.  피난민이 줄을 잇던 전쟁통과 보릿고개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의 연간 출생아수는 60만명대였다. 이후 1953년 휴전으로 전쟁이 사실상 끝나고 청년들이 복귀하자 전후베이비붐 현상이 발생하며 1960년까지 출생아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식량난으로 농촌에선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가 피폐했지만 그래도 출산율만큼은 지금과 비교가 안될만큼 높았다. 이 시기 가임기 여성 출산율은 연간 평균 6.0 이상을 기록했고, 출생아 수도 급격히 늘어 1960년에는 108만 명으로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때문에 1963년 가족계획 표어는'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못 면한다'였다.하지만 몇 년 전부터'낳을수록희망 가득,기를수록행복 가득'으로바뀌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했고 단군이래 가장 먹고 살만해졌다는 지금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을 밑돌고 있다. 인구는 천정을 찍고 내리막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0년간 100조 원을 썼는데도 이렇다.

 

저출산 재앙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서울 도심의 모 초등학교도 학생수를 못채워 폐교를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한때 원생이 150명이었던 대형 어린이집은 지금 20명으로 줄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충북 단양군의 신생아는 1년간 67명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더 놀라운 소식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인구는 국력이다.저출산을 극복한 유럽 국가의 공통점은 출산과 육아를 국가가 적극 지원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이 자유롭게 사회 참여와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혈세만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정책을 제시해야 인구 절벽을 막을 수 있다.  인구 쇼크가 대한민국을 벼랑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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