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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Jul 22. 2023

페이크 뉴스


"누군가 “코끼리가 하늘을 날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4,257마리의 코끼리가 하늘을 날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조금은 믿어줄 지도 모른다”




’백년의 고독’을 쓴 콜럼비아 출신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저서 ‘상상력의 다이나미즘’에 나오는 글이다. 헛소문도 디테일만 섞어놓으면 그럴듯한 뉴스가 된다. 


나치독일의 선전국가부장관인 괴벨스도 비슷한 말을 했다. "거짓과 진실을 적절히 배합하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또 하나 덧붙이면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픽션에 리얼리티를 교묘하게 부여하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듯한 가짜뉴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아주 잘 만들어진 ‘가짜 뉴스’일수록 대중을 속이기 쉽다. 공중파 방송까지 동원된 ‘김대업 병풍사건’‘광우병 괴담’, ‘천안함 자침설’, ‘생태탕집 페라가모’가 그 사례다. 


가짜뉴스는 영어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라고 한다. 속이는 행위인 '페이크'를 '가짜'로 번역한 것이다. 하지만 '페이크' 의미는 가짜뿐 아니라 '사기', '기만', '속임수'라는 뜻이 내포돼 있어 이를 '가짜뉴스'라고 번역하면 개념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그래서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가짜뉴스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잘못된 정보'와 '의도된 가짜정보'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가 무서운 것은 팩트와 허구를 교묘히 섞어 마치 공장에서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거짓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실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대중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는 현상을 악용하는 탈진실의 대표적인 사례다.


종이신문 시대엔 찌라시가 가짜뉴스 확산의 첨병 역할을 했다."비밀이 진실을 잃는 순간 그것은 찌라시가 된다".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의 명대사다. '찌라시(ちらし)'는 증권가 정보지를 뜻하는 은어다. 온갖 루머의 진원지였다. 


사실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거짓도 많다. 작성자가 다양해 유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덧붙여져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찌라시’로 불린 것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다. 이젠  SNS를 통한 가짜뉴스의 전파력은 거의 빛의 속도다.


각종 루머가 미디어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등 SNS를 통해 유통되면 때로 가짜뉴스로 둔갑해 누군가에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한때 대권에 도전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가짜뉴스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대권레이스에서 중도하차하면서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 정치교체의 명분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실종됐다"며 분개했다.


가짜뉴스는 얼핏 보면 진짜같이 보이지만 특정 정치인과 정파를 음해하는 조작된 내용을 담고 있다. 트래픽을 노리거나 장난삼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여론조작이 목적이다. 가짜뉴스는 빠른 전파력과 파급력 때문에 아무리 정정 보도 자료를 내고 해명을 해도 어느새 '팩트'가 돼버린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것은 종이신문이 사라지고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가 대세로 떠오르는 등 미디어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이젠 뉴스도 가짜와 진짜를 감별해야 하는 복잡한 세상이 됐다.


최근 교대를 갓 졸업한 새내기 교사가 자신이 재직하던 초등학교에서 유명을 달리한 비극은 가짜뉴스가 어떻게 유통되고 확산되는지 상징하고 있다. 유서도 안남긴 교사의 죽음엔 온갖 억측과 소문이 난무했다. 


기성 언론은 ‘극단 선택을 했다’는 팩트 외엔 보도하지 않았으나“학부모가 대단한 집안이라 기사를 막았다’, ‘교육청이 엠바고(보도유예)를 걸었다’는 루머가 나돌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런 글을 부지런히 퍼날랐다. 


이런 가운데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으로 알고 있다”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고 주장해 ‘가짜뉴스’에 힘을 실었다. 그의 사전에 팩트체크는 없다. 아니면 말고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가짜뉴스, 편향뉴스로 사회갈등을 심화시키고 철밥통 지키기에 여념없는 엉터리 방송과 통신, 포털 등 미디어를 정상화시켜 황폐화된 저널리즘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과거엔 가짜뉴스로 취급받던 것이 진짜로 밝혀지는 사례도 많다. 지난 1980년 5월 공수부대가 광주시민을 향해 총격과 유혈진압작전을 펼쳤다는 진실은 당시엔 근거없는 유언비어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시절 세월호 참사 직후 '최고 권력자는 최순실, 두번째가 정윤회, 세번째가 박근혜'라는 내용의 찌라시가 언론에 유포됐다. 당시엔 가짜였지만 후에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이런 경우 가짜뉴스에 대한 과도한 대응은 언로를 막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혹시라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짜뉴스'로 몰아 부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권력이 가짜뉴스를 판별해 낸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잣대를 들이대고 사상의 자유시장을 억압한다면 외려 사회적으로 해가 되고 또 다른 언론통제를 낳을 수 있다.  


다만 ‘뇌송송 구멍탁’ 이나  ‘천안함 음모론’처럼 과학적으로 검증이 끝난 사안을 거론하며‘가짜뉴스’를 제조 유통해 사회혼란을 야기시키는 매체(개인 포함)는 반드시 징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폭넓은 미국에선 폭스뉴스가 대선개표가 조작됐다는 가짜뉴스를 반복 보도했다가 지난 4월 1조원 배상금 폭탄을 맞았다. 역시 미국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가 소유한 우익 웹사이트는 작년에 학교 총격사건이 사기라고 거짓 주장했다가 소송끝에 결국 파산신청했다.  


언론의 자유는 소중하지만 팩트체크도 없이 마구잡이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은  패가망신( 敗家亡身)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무거운 책임을 지게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법적으로 책임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검증도 없이 빛의 속도로 파급되는 가짜뉴스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신을 조장하는 사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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