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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Jul 25. 2023

혼탁한 교육현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굴까

열정을 가진 순수하고 인정많은 젊은 엘리트 교사가 문제아가 많은 한 고등학교에 부임했다. 그는 성격이 제 멋대로고 하나같이 사고뭉치인 학생들이 교사들을 골탕먹이거나 대드는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영화 '투 써 위드 러브' 포스터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이런 현실에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료교사들이다.심지어 교장은 학생지도에 대한 소신없이 모든 것을 교사의 재량에 맡기는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이같은 교육현장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할리우드 흑인스타의 원조격인 '시드니 포이티어'가 색커리 교사로 열연했던 추억의 영화 투 써 위드 러브(To sir with love)는 1967년 작품이다. ‘바버라 페그’라는 이름의 학생으로 나왔던 룰루가 부른 동명의 주제가는 당시 수많은 학생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줄거리만 보면 데쟈뷰가 느껴진다. 47년전 영화지만 해피엔딩인 결론만 다를뿐 우리의 교육현실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화에선 고교생이 골치덩어리지만 한국에선 가정교육은 형편없지만 덩치가 커진 초등학생의 교사에 대한 폭력이 늘고있다. 

최근 부산에선 교사가 음악시간도 아닌데 악기를 연주하려던 학생을 제지하려다 학생에게 맞아 가슴뼈를 심하게 다쳤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양천구 모 초교에서도 6학년생 폭행에 교사가 전치 3주 상해를 당했다. 

서울 서이초에선 학부모 갑질의혹으로 교대를 갓 졸업한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2월 충주 모고교에선 여교사의 신체를 비하하고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유발한 학생들이 고소를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중장년층이 학창시절엔 극히 보기힘든 일들이 요즈음은 심심치않게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요즘 학교풍경이 얼마나 험악하고 삭막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교권이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행 10년을 맞은 학생인권조례안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리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2011년 9월 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들기 직전에도 학생들의 교사폭력이 사회문제가 됐었다. 

당시 대구 모 중학교에선 등교하던 3학년 학생이 교감에게 담배를 빼앗기고 야단을 맞자 교감의 머리, 배 등을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했다. 인천 모 중학교에선 수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50대 여교사가 몇차례 주의에도 말을 안듣자 학생의 뺨을 때렸고, 이에 맞서 해당 학생이 주먹으로 교사의 얼굴 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보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안을 강행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조례의 핵심은 학생 체벌 전면금지, 두발·복장 자율화,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 제한적 보장등이다. 하지만 교권보다 학생인권에 우선적인 가치를 둔 정책은 교육현장의 교권추락을 더욱 키웠다.

이와함께 초저출산현상으로 소위 ‘금쪽이’들이 늘면서 교사들은 학생 훈육에 학부모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와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겨냥해 ‘금쪽이에 대한 해법이 학부모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제 ‘사랑의 매’라는 말은 사어(死語)가 됐다. 스승이 제자를 아끼는 마음으로 휘초리를 들었다가는 고소 당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학생이 주먹다짐을 해 몸보다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입었어도 부산의 모 교사처럼 제자의 미래를 위해 그냥 얻어 맞아야한다. 

그럼에도 학생인권은 소중하다. 하지만 지나치면 橋角殺牛(교각살우·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가 죽는것)가 될까 두럽다.그 폐혜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기때문이다.

뒤돌아보면 매를 든 스승의 마음을 헤아릴때 쯤이면 어른이 됐을때다.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원치않는 학생들도 많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걱정하는 학생들이 만만치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조례가 제정된 2011년 전국 210여개 학교에 소속된 3000명(응답 2440명)의 중 고교생이 참여한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과 틴고라미디어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3.44%의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안이 교권 추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답했다.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선 무질서가 난무할 수 있다. 사회가 학교의 연장이라면 이런 교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것인가. 그 나라의 교육과 의식수준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투 써 위드 러브'에서 색커리선생은 진솔한 대화로 아이들 불신의 벽을 무너뜨린다. 무리지어 다닐때는 강하지만 나약하기 그지없는 아이들에게 냉혹하고 경쟁이 치열한 교실밖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변화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주고 학교를 떠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체벌대신 대화와 행동으로 삐뚫어진 아이들을 감동시킨 색커리 선생이나 영화 '죽은시인 사회'의 키팅선생은 우리 교육현장에서 꼭 필요한 캐릭터다. 

그러나 영화속 주인공들이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기엔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다. 마찬가지로 학생인권조례안도 너무 이상적이다. 학생인권조례안이 교실을 혼탁하게 만든 원흉은 아니지만 우리 교육현실을 감안한다면 손질은 필요하다. 

1947년에 만들어진 뉴욕 학생권리장전의 첫줄은 “학생·부모·교직원 간 상호 존중의 정신을 고양한다”고 명시했다. 또 “책임에 기반한 권리 행사만이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에서 더 큰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조례를 개정한다면 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교사가 구타당하는 학교엔 교육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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