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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Sep 15. 2023

대중을 우민화시키는 '조작의 나라'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통계를 사용해 거짓말을 할 뿐이다” 19세기 영국 수상을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지금처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커 녕 전통적인 미디어조차 흔치않았던 시기엔 무지몽매한 백성들은 정부에서 통계에서 발표하면 그것이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믿을 수 밖에 없었을 터다. 

 

하지만 디즈레일리의 통계에 관한 어록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그렇다. 정보의 전달이 빚의 속도로 빨라지고 민주화가 정착되면서 사회가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통계 마사지’는 불과 얼마 전까지 성행했다. 그것도 정부가 반강제로 통계조작을 지시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이 대표적이다.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7년 6월부터 4년여간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집값 통계를 조작한 것은 최소 94회에 달했다. 아예 통계법도 무시하고 국민을 호도(糊塗) 했다. 재밌는 것은 민주당 반응이다. 해명은 커 녕 ‘감사 조작’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경제통계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량화한 수치자료다. 경제현상을 파악하고 경제 상황의 구조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통계가 정확해야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을 펼칠 수 있다. ‘통계조작’이 일상화됐으니 부동산은 폭등하고 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통계조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뉴스 조작'도 있다. 국내 대표적인 포탈인 ‘네이버’엔 조작된 기사가 당당히 실려 독자들을 현혹시켰다. 독립언론이라고 자부하는 '뉴스타파'의 작품이다.  

대장동 사업 대주주인 김만배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공모해 대선 직전인 작년 3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뉴스타파를 통해 대장동 몸통으로 허위 조작한 인터뷰 기사는 언론이 타락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뉴스타파는 보도의 기본인 ‘팩트체크’ 나 ‘게이트키핑’도 없었다. 반론권도 무시했다. JTBC와 경향신문은 인터뷰 당사자의 말조차 왜곡해 보도한 것이 드러났다.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놓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기사를 생산했다. 

매체 스스로 찌라시 수준으로 격을 떨어트렸다. 기사 조작이 들통나고 수사에 착수하자 공식 사과는 커 녕 ‘언론탄압’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스스로 ‘언론의 성역화'에 나서고 있다.

6년 전엔 ‘여론조작’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문재인 정부의 ‘드루킹 사건’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이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국가권력과 혈세를 동원해 여론조작에 활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론조작 당사자들이 대부분 단죄(斷罪)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지금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계, 뉴스, 여론 등 ‘조작의 시대’에 살고 있다. 드러난 것도 있고 묻힌 것도 있다. 정치권력을 가진 엘리트들은 국민을 섬기는 척 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자신들 유리하게 관리하려 한다. 또 편향된 언론을 동원해 가짜뉴스를 확신시키고 극단적인 추종자들을 부추겨 여론을 주도하려 한다. 

나치 독일 선전 선동의 제왕으로 불리는 괴벨스는 “ 대중이란 작은 거짓말보다는 더 큰 거짓말에 속는다”고 했다. 권력은 거리낌 없이 대중을 우민화(愚民化) 시키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종종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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