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L680)
“이건 SL이 아니다. 마이바흐다.” 2026년형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680을 처음 본 이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AMG SL63의 스포티한 피가 흐르면서도, 그 안에는 마이바흐만의 과장된 호사스러움과 여유가 흐른다.
마이바흐가 2인승 로드스터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 고객의 니즈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오로지 운전자 본인만의 럭셔리를 위해 기존 마이바흐 라인업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벤츠는 지금까지 마이바흐의 세계를 S클래스, EQS, GLS 같은 롱 휠베이스 고급 리무진에 집중해왔다.
출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L680)
그러나 SL680은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싶은 부유층 고객을 위해 설계됐다. 다니엘 레스코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총괄은 “고객들은 스스로의 시간을 위해 이런 차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SL680은 AMG SL63의 공격적 디자인 대신, 마이바흐 전용 투톤 외장과 오묘하게 삽입된 모노그램 패턴, 장식적인 21인치 휠로 외관부터 존재감을 과시한다.
전면 그릴과 하단 에어 인테이크에는 마이바흐 로고를 촘촘히 새겨 넣어 SL63과 명확히 구분된다.
실내 역시 극단적이다. 후석을 과감히 제거하고 크리스탈 화이트 나파 가죽과 하얀 카펫으로 꾸몄다. 대담한 선택이다. 평범한 차량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관리 부담이 따르지만, 마이바흐 고객에게는 그것이야말로 부의 상징이다.
출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L680)
운전자와 동승자를 위한 시트는 더 부드럽고 두툼하게 업그레이드됐다. 이는 이비자 섬의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요트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승차감을 제공한다.
AMG SL63과 같은 577마력의 V8 바이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을 공유하지만, 마이바흐 모드에서는 응답성이 느려지고 승차감에 더 집중한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AMG SL63 수준의 날카로운 반응과 함께 엔진음도 살아나지만, 기본은 철저히 부드러움이다. 다소 둔한 가속 반응과 느긋한 조향 감각이 오히려 이 차의 성격에 맞다.
마이바흐는 SL680에 대해 “가장 호화로운 SL”이라고 자부한다. 스포츠카의 민첩함보다는 부유함과 여유, 그리고 과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L680)
뒷좌석 제거, 출력 그대로, 무게 증가, 성능 수치는 SL63보다 떨어지지만, 그 차이는 마이바흐가 생각하는 ‘부’의 가치에는 중요치 않다.
이번 SL680은 메르세데스가 도입한 픽셀페인트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다. 1000개의 노즐로 정밀하게 마이바흐 로고를 후드에 새겨 넣었다. 이 옵션만 유럽 기준 6500유로에 달한다. 루이비통의 가방처럼, 마이바흐는 차 전체를 로고로 덮어버렸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고객들은 앞으로 50가지 이상의 외장 색상을 고를 수 있다. 심지어 요트나 드레스, 혈통 좋은 말과 동일한 컬러를 주문할 수도 있다.
엔진 소리조차 AMG의 레이스카 같은 거친 질주음이 아닌, 고급 목재 보트에서 들려올 법한 차분한 배음으로 세팅됐다.
출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L680)
결국 SL680은 빠른 속도나 퍼포먼스를 위한 차가 아니다. 이것은 과시적이고 브랜드가 덧입혀진 이동형 명품 그 자체다.
성능과 효율보다는 자기만족과 시각적 과시가 중심에 있다. 벤츠는 부유층의 허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브랜드다. SL680은 그들의 욕망을 위해 탄생한 가장 화려한 장난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