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MC (허머 EV SUV)
“이 무게에 이 속도라니, 말이 안 된다.” 한때 미군의 험비에서 파생돼 도심을 굴복시켰던 ‘괴물차’ 허머가 2026년형 전기차로 또 한 번 상식을 깨고 돌아왔다.
이번엔 힘이 더 세졌고, 조향은 더 민첩해졌으며, 급기야 다른 차에 전기를 나눠주는 기능까지 품었다. GMC는 최근 2026년형 허머 EV를 공개하며 새로운 기능과 한층 강화된 성능을 소개했다.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출력 상승이 아니라, 그 힘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철학이다.
2026년형 허머 EV 픽업 모델은 무게만 9천 파운드(약 4톤)다. 하지만 이 거구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8초 만에 도달한다.
출처: GMC (허머 EV 픽업)
GMC에 따르면, 출력은 무려 1,160마력으로 기존보다 160마력 증가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24모듈 대형 배터리와 모터 구동력 최적화를 담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및 구동 계통의 정밀한 조율이다.
이로써 2026 허머 EV는 단순한 전기 픽업이 아니라, 포르쉐 911 GT3, 콜벳 Z06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초고성능 퍼포먼스 모델로 진화했다. 이제 ‘괴물’이라는 별명이 단지 덩치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기존 허머 EV의 상징이었던 ‘크랩 워크(Crab Walk)’는 네 바퀴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대각선 주행을 가능케 했다.
이번에 추가된 ‘킹크랩(King Crab)’ 모드는 전륜과 후륜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리며, 후륜 회전 속도를 앞바퀴보다 빠르게 조정한다.
출처: GMC (허머 EV SUV)
이를 통해 나무 사이 좁은 공간이나 바위 지형에서도 탱크처럼 휘도는 기동성이 생겼다.
이 기능은 2026년형 모델 기본 사양이며, 2022~2025년형 기존 고객도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탑재 가능하다.
GMC 엔지니어는 “기존 기능도 대단했지만, 킹크랩은 오프로드의 물리 법칙을 바꾸는 수준”이라며 “이 정도 조향 능력을 갖춘 양산차는 세상에 없다”고 밝혔다.
GMC는 ‘카본 파이버 에디션’이라는 특별 모델도 함께 내놨다. 픽업과 SUV에 각각 적용되는 이 모델은 매그너스 그레이 무광 외장과 엠버 톤 인테리어를 갖추고, 22인치 탄소섬유 휠, 스키드 플레이트, 미러 캡 등에 카본 파이버 소재를 부분 적용했다.
출처: GMC (허머 EV SUV)
무엇보다 이 트림이 바로 제로백 2.8초의 최고 성능을 구현하는 사양이다. 다만 정확한 생산 대수는 밝히지 않았다.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2026 허머 EV에는 양방향 충전 기능이 추가돼, 블랙아웃 등 유사시에는 다른 전기차나 가정 전기 공급 장치로 전력을 나눠줄 수 있게 됐다. 즉, 허머 EV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이동형 발전소’가 되는 셈이다.
초고속 가속을 위한 전용 드라이브 모드인 ‘WTF(Watts to Freedom)’도 여전하다. 운전자는 버튼을 두 번 누르고, 하체를 조이는 진동을 느끼며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은 뒤 브레이크를 떼면 된다.
차량은 순식간에 자세를 낮추고, 배터리를 최적 온도로 맞춘 후 폭발적인 추진력을 발산한다.
출처: GMC (허머 EV)
GMC 개발 책임자는 “2.8초 벽을 깬 순간, 단순한 수치 그 이상으로 감정적으로 벅찼다”며 “이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퍼포먼스를 소프트웨어와 엔지니어링만으로 현실화한 것이 개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허머 EV는 더 이상 ‘화려한 장난감’이 아니다. 출력, 기동성, 전력 공급 능력까지 갖춘 전기 괴물로서, 트럭의 형식을 한 슈퍼카이자, 이동식 발전소며, 오프로드 정복자다.
2026년형 허머 EV의 생산은 올해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정확한 가격은 추후 공개된다. 다만 2025년형이 99,045달러(한화 약 1억 4천만원)부터 시작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