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장 큰 사기 사건을 말하려다 보니 자잘구리하게 거절하지 못해 생겼던 일들이 기억났다.
에잇.
모두 샵을 운영하면서 스친 고객들과 생긴 일들이다.
네일샵이든 헤어샵이든 고객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고객과의 사이가 가깝다.
샵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샵 같은 경우는 그랬다.
때마다 홍보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샵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인터넷을 할 줄 몰랐고 광고나 마케팅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땐 그랬다.
(라때는말이야..)
지나가던 손님이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들어오기도 하고 입소문만큼 정확한 홍보 수단이 없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마케팅은 잼병이었단 소리
마케팅은 잼병이지만 시술은 자신있었다.
'몰라서 안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게 만들겠다'
이 마음으로 해나가니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가 됐다. 자주 부딪히고 사연을 알게 되니
부탁도 들어주게 되고 그냥 그렇게 사람냄새나는 어른이 돼 가고 있었다.
손님으로 찾아와 친분을 맺고 보험을 들게 하는 건 보험 설계사의 전형적인 패턴
나쁜 건 전혀 아니다. 내가 보험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고 원하는 걸 가입해 준다면 말이다.
그러나 나처럼 까다롭지 않고 쿨톤인 돈덩어리에게 제대로 된 보험을 들어준 이는 없었다.
나는 늘 바빴고 거절은 쉽지 않았다.
그냥저냥 적절한 금액이면 그냥 사인을 해주기 일쑤였다. 나중에 까보니 돈이 모여있는 경우도 있었고
빈 깡통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보험 설계사를 만나고, 그럼 그 보험 설계사는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언제는 이게 제일 좋다며 어어어어!!!
(내적분노)
가지고 있던 보험마저 해체쇼를 몇 번이고 진행하고야 조금이나마 정리가 됐다.
그동안 들었던 보험 차라리 길게 가져가기만 했어도 손해는 안 봤을 텐데.
뭐 오는 보험설계사마다 보험 열람을 하기만 하면 해체쇼를 해대니.
무지했던 내가 문제였고당연히 금액적으로 손해를 많이 봤지만
그 시절 보험, 상조, 화장품, 뭐 안 사주고 안 들어준 게 없던 때였고 그만큼 사람이 북적였던 샵이었으니
그냥 그걸로 됐다.
날 탈탈 털어가세요~ 열려있는 지갑은 이것저것 많이도 해댔지만 그만큼 내 지갑을 가득 채워주는 이도 같은 맥락이었으니 이제는 소소한 추억거리 정도다.
나쁜 보험은 없지만 안 맞는 보험은 너무 많다!
해지 후 깡통차고 싶지 않다면 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하다.
특히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한테는
그러고 보면 차라리 돈을 꿔달라는 쪽이 낫다.
가지고 있는 돈에서 꿔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래도 거의 돌려받은 것 같다.
잔잔바리 못 받은 금액도 있긴 하지만 뭐어쨎든 큰 아픔이 없는 거 보니 돌려받은 모양이다.
급히 50만 원을 빌려가는 사람부터 몇백 몇천까지. 돈 꿔가는 사람들은 일단 지르고 보니까 알아서
적당히 빌려준듯하다.
물론 몇 번의 경우를 제외하곤 아예 빌려 주질 않는다.
상황이 보이고 사람이 어느 정도 보인다.
그밖에 다단계 화장품부터 건강식품, 상조회사, 고구마 팔아주고, 팔다 남은 과일 넘겨받기.
뭐 셀 수 없이 많지만, 그래도 이런 것들은 결이 좀 낫다.
다단계는 하다못해 물건이라도 남고 상조는 원금의 80프로까진 돌려 받았으니
신용 카드는 뭐.. 열개라도 만들어 드렸다.
아마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들으면 머저리 반푼이로 볼 것 같다. 씁.. 장사하시는 분들.. 혹시 저만 이랬나요?
(드라마 보면 곗돈도 들고 튀잖아요)
'안 사면 되고, 안 들면 되지 않냐 '
하지만 장사를 하다 보면 그게 왜 때문인지 쉽지가 않다.
매일같이 와서 시술 받으니 얼굴을 보게되고 했던 얘기 지치지도 않고 하고 또 한다. 그게 본인들 직업이니까.본업에 충실한거겠지
그런 고객이 수십이다. 택도 없는 건 딱 잘라 거절하지만,, 이번 한 번만 더 넘어가줄까 하고
마음이 약해지는 경우가 있다.
네일숍 와서 네일이나 받고 가면 되지 참 이상한 게 오고 간다 하겠지만
네일숍도 사람이 오가는 곳이다. 정도 오가고 말도 오가고 사정도 오간다.
그런 거 듣다 보면 마음 순식간에 약해진다.
그래도 이런 간단한 부탁들에 돈 몇 푼 상했지 마음이 상하진 않았으니 상관없지만
장사 몇 년 하다 보니 별일이 다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