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샵을 오픈했다. 이번엔 나름대로 규모 있는 샵을 구했다.
2년 만의 결과물이었고, 나는 내 성장에 눈이 부셨다.
(나에게 관대한 편)
오픈을 앞두고 커다란 화분을 든 재료실장님이 찾아오셨다. 원장님이 밀린 재료값을 주지 않아 샵을 전전하던
그 실장님. 매번 빈 걸음으로 돌아가시던 게 분통 터져 돈 서랍에서 돈을 꺼내 줘 버렸던 그분이다.
원장님이 재료비를 주지 않아 늘 샵을 맴돌던 실장님 ㅠ
일찍히 이 일은 접으셨는데 소문 듣고 오셨더란다. 감사하기도 하지 ㅠ
직원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직원을 소개해주러 오셨던 거다. 정말 좋은 분을 알고 계신다고.
실장님이 소개 한 직원과 5년을 함께 일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샵을 그만두기 전까지
나와 함께 지금의 나와 이 샵을 만들어 주신 분이었다.
샵은 날이 갈수록 더 빛을 냈다. 대박까진 아니었지만 중박정도는 쳤다.
이사 한 곳에서 또 다른 인연도 만났다. 바로 옆에 먼저 샵을 차린 피부관리 원장님이었다.
샵이 워낙 가까웠고 아는 손님이 겹쳤다. 무엇보다 본인 일에 대해 무척 열정적이었고
소녀가장인가.. 생각할만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초반부터 엄청나게 많은 손님을 소개해주었고, 친 동생처럼 생각한다는 소리도 하셨다.
다만 자꾸만 이 사람에게서 전 원장님의 향기가 났다
두세 번쯤 만났을 때 나는 그 향기를 더 뚜렷이 느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나한테 비슷한 사람이 또 붙는 건 아니겠지..
안돼.. 만약 또 이상한 사람이 붙은 거라면
그렇다면 이건 내가 문제일 가능성 58000%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부관리 원장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비슷은 했다. 말 많고 시끄럽고 귀엽고 험담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도가 있었고 선이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계산이 정확했고, 실수하는 법이 없으며 일적으로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지.. 전 원장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리 없다.
주변의 관심, 월등한 실력의 실장님, 늘 밝은 원장
삼박자를 고루 갖춘 샵은 입소문을 타고 훨훨 비상했다.
직원이 더 필요해 추가로 직원을 들였고, 안정적인 샵에서 그 친구도 잘 적응해 나갔다.
외제차를 뽑았고, 명품 가방을 들었다. 그저 130만 원만 넘겨보자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것치곤
눈부신 성과였다.
돈 걱정 없는 나날이었다. 카드 문자 알림음과 함께 아침을 맞았다.
고객들이 결제하고 간 카드값은 2~3일 내 통장으로 입금되는데 꼭 새벽에 입금되는 경우가 많았다.
딩동 딩동 딩동 알림음과 함께 눈을 떴다.
비록 점심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노동을 맛보았지만 대가는 확실했다.
밥이며 술이며 눈치 보지 않고 카드를 내밀수 있었다.
부모님 가족들에게도 그때만큼 맘 놓고 돈을 써본 적이 없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우아한척 물속에선 발을 휘젓는 백조 같았지만, 백조는 백조.
130만 원만 벌자 생각했던 인생치곤, 꽤 럭셔리했다.
아마 그즈음 나한테 돈냄새가 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