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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원미상 Sep 21. 2024

보다 과한 부탁들

그래도 챕터 1은  그냥 좀 과한 부탁. 알고 보니 그다지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았던 일들.

조금의 거짓말 정도.


돈이 돌고 사람이 도니 사기꾼 스케일도 커졌다.

단순히 돈을 꿔 달라는 게 아니었다.

돈을 요구하되 교묘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면 신용보증. 땅투기

 

나에게 깡통 보험을 권했던 언니는 더 이상 무른 고객이 없는지 그 바닥을 떠났다.

(자주 얼굴을 보니 언니라고 불렀다)


그리곤 땅 투기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오 마이 갓....

언니와는 십년지기였다. 고객과 원장으로 만났지만 세월이 십년이면 가끔은 친구보다 가까웠다. 

그동안 돈도 꿔갔지만 다행히 갚았고 꿔간 돈이 무색할 만큼 많은 돈을 써주기도 했다.

 워낙 화려한 걸 좋아하고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네일은 꼭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자주 와서 권하다보니 어쩔수 없이 보험을 들어줬다. 


  매월 10만 원이 넘는 보험을 부었지만 해제할 때 보니 남은게 아무것도 없는  깡통이었다. 

물론 아플 땐 효과가 있었겠지만  다행히도 나는 매번 건강했다.

언니???

 제가 적금처럼 적립식으로 해달라고 해짜나요???


그래도 뭐 화가 많이 나진 않았다. 언니 사정도 알고, 보험 하나쯤이야.

한달에 10만이 넘는 보험료는 그 언니가 쓰고 가는 돈과 거의 맞먹었는데

한시간이 넘게 구부려 일한 돈과 앉은자리에서 편하게 맞교환한 어이없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내 탓이려니... 


하지만 땅은 좀 얘기가 다르잖아요?


언니가 하는 일은 기획 부동산이었고, 내가 아무리 무지해도 기획부동산.  그 정돈 알았다.


하루 나가면 일급도 주니 (7만 원이던가)

 집에서 노는 것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나가서 일하는 분이 많았다.

중년 여성이 많았고 의지를 불태우는 분위기였다.


언니는 진심인지 아닌지 본인조차 헷갈릴 정도로 자신이 하는 일을 믿고 있는 듯 보였다.

 

 딱 봐도 진짜 이상한 조직 같아 보였지만 쓴소리는 다시 들어도 쓴 법. 뭐 올바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잔소리는 기분이 나쁘지만, 조언은 묘하게 기분이 더 나쁘다.

나이차이도 심했고 어린 내가 던질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 않나. 그 땅 아래 내가 모르는 어떤 원석이 있는 걸 지도.

(있을 리 없어)


애써 권하는 눈빛을 거절할 수 없어

 한번 언니가 다니는 사무실로 방문했고 땅 이야기를 들었다. 사무실도 꽤 널찍했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  불티나는 전화기소리. 타자기소리.

얼라리. 이거 영화에서 많이 본 거 같은데?


팀장이라고 방문한 남자는 번들거리는 파랑 양복을 입고 있었고, 약간 나이트 삐끼 같은 느낌이었다.

 언니 체면이라도 세워주자는 심산으로 쫙 빼입고 찾아간 나는 한 시간가량 반짝이는 눈빛들 사이에서 

팀장이라는 번들남에게

왜 이 땅을 사야 하는지 왜 넓은 심해한을 가져야 하는지

침 튀기는 설교를 듣고 왔다.



예예예.

언니 체면 세우기 용이었다. 그래도 친분이 있으니 가게 오픈하면 화분 들고 찾아가듯 방문한 것이었다.


현란한 말재간을 다 듣고 일어나는 나를 언니가 따라 나왔다.  


어때? 하고 묻는 언니에게. 팀장님 말을 참 잘하시긴 한데

약간 사기꾼 같아

말을 너무 잘하니까 사기꾼 같을 정도라며 내심 마음을 비췄지만 안 들리는 모양이었다.

기대에 찬 눈빛을 보고 있자니 빨리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근데 언니 내가 여기 오기 전에도 누차 말했지만 그냥 언니 얼굴 보러 온 거지 내가 지금 땅 살 때가 아냐.

나 집도 없어. 알잖아 나 월세 살아"

(돈 없어 돈 없어 돈 없어)


땅은 시간 지나고 나이 좀 들면 그때 잘 알아볼게~~ 언니 너무 고생한다.


진짜 얼굴 보러 온 거라는 말뜻을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인데..


돌아가는 뒤통수에 땅은? 안 사?라고 소리치는 언니를 보며


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 지마요.. 를 불러재끼며 호도도독 도망쳤다.



다음날. 샵으로 찾아온 언니는 시술을 받는 내내 땅 얘기에 혈안이 돼있었다. 

들어보니 본인은 이미 투자를 한 상태였다.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한번 산 땅은 뱉을 수도 돌릴 수도 없다. 더군다나 한 땅을 여럿이 나눠 사는 기획부동산인 경우는.. (할말하않)

그저 묵히는 거다. 묵히면 돈이 되기는 하겠지




여기서 잠깐! 기획부동산이란.. 땅 하나를 여러 명이 나눠사는 걸 말해요. 왜 혼자 사지 않냐고? 당연히 돈이 없으니까. 돈 많으면 더 좋은 땅을 막 막 혼자 다 사죠. 하지만 돈이 없잖아요? 

근데 말 들어보니 막 개발될 것 같고 나도 땅 하나쯤 갖고 있다가 언젠간 대박도 나고 싶고 그렇잖아요?

사실 지금 부자 된 분들 중에 땅이 팔려 대박 난 분이 적지 않으니까요.

 그저 갖고 있기만 하면 나중에 호재 난다. 여기로 역이 생긴다더라. 이 산이 도로가 될 것이다.

이런 얘기에 혹 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자녀도 물려주고 싶고.. 잘하면 내 생에 내가 대박을 누릴지도 모르니 모르고 들으면 혹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문제는 혹시나 어쩌다 운이 좋아 그 땅이 팔린다 해도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땅을 팔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나는 지금 팔고 싶은데 옆 사람은 더 오르면 팔고 싶고 누군가는 연락이 안 될 수도 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동업이듯 땅 동업도 말이 많다.

끝-


동종업계 계신 분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다만

내 생각은 그렇다. 땅이란 건 다음 세대를 위해 고이고이 묻어두고픈 돈 있는 어르신들이나 사는 거지

우리처럼 내일 집사고 결혼하고 애 키워야 하는 청춘들이

사야 할 것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안 사요.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그 땅 안 사요..

언니는 삐졌고 한동안 오지 않았다.


그 사이 부지런도 하게 피부관리실 원장님에게도 다녀온 모양이다.

  ( 애초에 피부 관리실 원장님 소개로 만난 언니다)


원장언닌 시간이 없다며 회사에 못 가줘 미안하다고 그 언니에게 말했다지만

나에게 찾아와 분통을 터뜨렸다.


결혼을 앞둔 사람한테 땅을 권해? 집도 아니고 그냥 땅도 아니고 땅따먹기 땅을?????

온갖 분통이 오고 갔다.

나는 그에 비해 차분한 편이었다.


왜냐면 이 땅을 아무도 안 샀으니까


안샀으니 망정이지 샀다고 가정하면

당분간은.. 아마.. 많이 당분간은 그 땅은 없는 땅 쳐야 할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한테 권할 건 진짜 아니었다.


"나한테도 권했어 난 심지어 다녀왔어"


그래도 우린 안 샀잖아?

그럼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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