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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원미상 Sep 21. 2024

네일샵에서 인생을 들었다#13

사기꾼이 떼처럼 몰려와*3

끝이 아니다.

언닌 원펀치 쓰리 강냉이를 원했다.


땅 투기 얘기가 잠잠해지고 불현듯 다시 전화가 왔다.

몹시 바쁜 날이었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는 계속 왔다.

다른 고객도 있고 해서 전화를 받았다.

바쁘지 않으면 잠시 들르겠다는 말을 하곤 전화를 끊었다.

부탁할 게 있는데 너한텐 되게 별일 아닌 거라며

서류하나 가져갈 건데 사인만 해달라고 말했다.


보험을 다시 시작했나.......


아님 카드를 시작했나....


아놔.. 깡통 보험 아직 잊지도 않았는데 또 찾아와 못살게구네

때마침 손님 많을 때를 틈타 오다니. 내칠 수도 없고 큰소리가 오갈 수도 없다.


일단 서류를 들고 온 언니를 못 본 척하고

그냥 거기다 두면 나중에 읽어보겠노라 했다.


시술 중임에도 굴하지 않고 읽어보고 사인만 해달라고 보챘다.


언니. 좀 가. 내가 끝나고 읽어볼게


그래도 눈치 챙겨 온 언니가 떠나고

샵이 끝나갈 즘 마지못해 서류를 펼쳤다.


뭘 또 가져와서 이러는지 읽어봤다. 내용이 모호했다.

당연히 사인은 하지 않았다. 난 이제 더 이상 반푼이가아니야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하면서 네이버 지식in을 들어갔다.

(우리 땐 모르는 거 있음 네이버가 다 알려주고 그랬다)

고마워 네이버


 신용보증이었다.


깊은 울림


내적 빡침에 나도 모르게 뱉은

 보증이네.. 신용보증

소리에 택시 기사 아저씨가 뒤를 홱 돌아보셨다.


보증??? 보증이요??? 누가 보증서달래요?

절대 안 돼. 아가씨. 절대 안 돼 알았지

내가 왜 택시를 몰고 다니는 줄 알아? 나도 한때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어. 내가 그놈의 빚보증만 안 섰어도

이 나이에 택시 몰고 다닐 일은 없었다고

아가씨. 아주 그거 나쁜 사람이네. 누가 들어달래요 이렇게 젊은 아기씨한테.


아저씨 진정하세요.... 저 안 들어줘요...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한테 왜 이래요)


언니 지금 나한테 보증 서 달라는 거냐는 물음에 언니는 다급해졌다.


"아냐 아냐. 보증인을 좀 봐!

너 말고도 또 있어. 내가 남편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돈 못 갚으면 가족이 갚지 네가 왜 갚아.

그냥 서류상 이름만 올리는 거야

네가 신용이 좋잖아. 개인 사업자 신용인 사인이 필요하대.

너한테 꿔달라는 거 아니야. 금액도 많지 않아.

은행이 꿔주는 건데 그냥 이름만 너로 올리는 거야.

내가 꾸는 거야 어차피!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나불대는 입을 콱 때려버리고 싶었다.

앞에 있었으면 종이 다발을 얼굴에 던져버리지콱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네.


나는 전혀 해줄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돈도 보증도.

언니는 나를 속였어.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차가운 말을 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제발 끊어져라 이 인연아)

 

다음날 그 언니를 소개했던 피부관리 장님이 부랴부랴 쫓아왔고 어젯밤 네가 자기를 개무시했다고 울고 불며 전화가 왔다고

왜 그러냐며 물었다.


말해주고 싶지가 않았다.


더 이상 그 언니에 대한 불만도 그 얘기로 내 하루가 얼룩지기도 바라지 않았다.

나와는 끝났지만 아직 둘 사이는 끝나게 니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피부관리 원장님은 나 같은 칠푼이가 아니기에

그런 거에 속을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에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그녀가 남 보증을 서줄 리 없다 )


내가 얘기를 삼가자 원장언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며칠 뒤 회원권 환불을 요구하며 그 언니가 찾아왔고

기다렸다는 듯 나는 돈을 돌려줬다.

2만 8천 원


그걸로 우리 인연은 다행히 끝났고

사실 땅도 보증도

사지도 않고 들어주지도 않았기에 어떤 피해도 없었지만

실제 손해를 입었던 어떤 일보다 오래오래

마음에 얹혔다.

누군가가 나를 속이기로 작정했다는 그 마음에

그게 알고 지내던 사람일 수도 있다는 현실에

사는 게 이런 거라니 착잡했다.


생각보다 착잡함은 오래오래 기억돼

지금 이 글도 쓴다.


몇 달 뒤 피부관리 원장님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잘 진행됐고 나중에 보니 그 언니라는 사람이 축의금으로 50만 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곤 진짜 땅 보러 안 올 거냐며

언제 우리 사무실을 방문할 거냐고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좀 더 과감해지는 노골적인 행동에 이제 안 되겠다 생각한 피부관리 원장님은

"언니. 나 땅 안 사"

그냥 좋게 좋게 말한 거지. 그 땅을 누 가사.

언니도 정신 차려. 돌려 말할 때 알아들어야지

언니 사기당한 거야!!라고 시작해 어쩌고 저쩌고 진실폭탄을 날렸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나마 땅을 살 것 같이 대답을 질질 끄는 피부관리 원장님에게 일부러 축의금을 왕창 했더랬다.


그 과정에서 나와 인연이 끊어진 정황도 밝혀져 충격을 금치 못한 피부관리 원장언니는

부랴부랴 50만 원을 돌려주며 그 인연을 마무리했다.


가해자도 아무 이득을 보지 못한 멍청한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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