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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원미상 Sep 22. 2024

네일샵에서 인생을 들었다#14

사기꾼 번외)

일타 쓰리강냉이 언니와의 인연은 완전히 끝났다.


돌이켜보니 이상한 사람이 많았던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이상한 짓을 가지가지한 거였다.

많이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놓였다.


여러 사람이 아니라서. 


나이 좀 먹고

지나가는 도를 아십니까? 가 말도 안거는

매서운 아줌마가 되고 보니

(확 마)


인생에 그런 때도 있는 거겠지. 싶다

 어리고 여리고 아무것도 모르게 보이는

순진하고 철없어 남들 눈에도 그게 보이던 시절


 그 시절 나는 첫 사기를 당했다.


경찰서까지 출두한 사기사건.


시작은 건조기였다.

때는 바야흐로 LG에서 대형 건조기를 내놓은 때였다. 집집마다 건조기가 뭐냐며

건조기를 들여놓는 시기였고, 나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 건조기라는 신문물을 만났다.

너무너무 좋은 이 핫한 물건을 엄마집에도 언니집에도 넣어주고 싶었다.

당시 건조기 값은 200만 원이었다.  엄마집. 큰언니 집 작은언니집 나까지 총 4대... 면   800백만 원..


엄마껀 엄마 동의 없이 내가 사주기로 결정했다.

 언니들한텐 반값만 받고 나머진 내가 보조하기로 결심하고 건조기를 알아봤다.

때마침 건조기를 알아보고 있던 그날 그 시간에

하필이면 그 고객이 그걸 볼게 뭐람.


건조기 사려고??


친구가 모 LG매장 책임 잔데 이번에 건조기를 많이 팔면 성과급이 들어온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거다.

더군다나 만약 4대를 한꺼번에 구입하면 800만 원 하는 건조기를  450만 원. 거의 반값에 주겠다는 거였다.


이글만 본다면 당연히 너무나 사기다. 이제 막 나온 신제품을 반값에  어휴 ;;; (부끄러움에 수치심이 올라온다)

 뭔 개소리야?


그렇지만 나는 믿어버렸다...

바로 주문해 주세요!!!


당시 건조기는 원래도 신제품이라 선주문을 해놓은 상태였고 다들 두 달씩은 기다렸다.


건조기는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큰 형부는 사기당했네 사기당했어 라며 부추겼다.

근데 나는 이상하게 조급하지가 않았다.


처음부터 기다려야 한다고 얘기해 주었고, 사기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진짜 사기는 당해본적이 없으니까.

아니.. 물건이 온다고 했으면 오는 거지

왜들 저렇게 기다리지 못하고 설레발을 떠는지

한 번 두 번 확인전화를 해오던 언니에게

환불해 줄 테니 직접 가서 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싸게 샀는데 좀 기다리라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던 건조기는

두 달. 정확히 두 달째 되는 날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 집에도 엄마집에도 언니들 집에도


더군다나 오래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며 5만 원 더  비싼 실버로. 아주 깨끗하고 멀끔한 신형 건조기가 왔다.


그동안 보채고 보챈 언니가 미안하다며 전화를 걸었왔다

잘 도착해서 설치했고 너무 마음에 든다고.

  

엄마한테도 전화가 왔다. 건조기 진짜 이게 왔다고.

그동안 한 번도 물으신 적이 없어 그저 기다리시나 보다 했는데 웬걸... 막내딸 사기 당했다고

이미 그렇게 생각하시고는 전화하지 않으셨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혀 몰랐다. 그저 엄마가 성품이 온화해서

온다니까 오겠지~하고 기다리고만 계시는 줄 알았다.

나 빼고 모든 이가 사기라고 치부했으나


반전으로

건조기는 잘 도착했고 쌩쌩 잘도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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