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달력의 마지막장을 남겨두는 일, 카페나 상점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빛나는 일, 지나간 날들이 아쉬워 하소연을 쏟아내는 일, 갖 버무린 겉절이와 일 년 동안 먹어야 하는 김장을 담그는 일, 일정을 적던 다이어리 끝이 얇아지는 일, 복학했던 딸이 기숙사에서 짐을 빼야 하는 일, 그리고 이제 곧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현실에서 한 해가 저물어감을 느낀다.
올 해가 더 짧았다는 생각을 매 년 갖으며 다가올 해를 맞는다. 무엇이 그리 아쉬운 것인지 얼마 남지 않은 날들에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 한 해를 잘 지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겁이 나 시도조차 못 한 일은 없었는지, 지레짐작으로 시작과 동시에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누구에게 상처 주고 그 조차도 모르고 지나치진 않았는지,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만 하다 보낸 것 없는지 말이다.
하지못 한 일들은 다가올 해에 다시 계획을 잡고 도망치듯 포기했던 것들이 있다면 다시 도전해 보면 그만이다. 상처 준 이들에겐 용서를 빌고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을 못했던 이들에겐 연말을 핑계 삼아 안부를 묻는다면 한 해가 마무리 된다.
올해도 가족이 건강하게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얼마 전 홀로 지내지던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계시지만 그만하신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건강하게 지내실 때는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렇듯 삶이란 지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한 해를 더한 만큼 조금더 성숙한 나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