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목이 17시 57분입니다.
날씨가 풀린 주말 아침이다.
해가 바뀌고 한파로 집에서만 지내려니 매일 그날이 그날 같아 변화가 필요할 때 그림책 작가님이 새로운 책 출판과 개인전 소식을 전해왔다. 더불어 거리가 멀어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전시가 멀다는 소식이 더 달가웠다.
전시가 열리는 곳 주변 맛집을 알아보고 바다가 보이는 빵집 맛집도 찾아보고, 자주 가던 해안가 근처로 돌고래 떼도 보려고 일정을 잡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외출에 욕심을 부렸다.
돌아오는 길에는 일몰이 예쁜 카페도 찾아 들르기로 했다. 그러니 먼 곳에서 열리는 전시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전시 갤러리는 카페와 함께 운영하는 아담한 곳이었다.
갤러리 공간은 별도로 분리되어 있었고, 새로운 작품들과 출간한 그림책, 원화 그리고 체험으로 작가님만의 색다른 구성이 돋보였다.
바람이 꿈이 된다는 의미를 재각각인 열두 달의 얼굴로 표현한 작품이 시작이었다.
다음 작품은 제주의 열두 달을 꽃과 식물 그리고 동물로 표현했고, 나아가는 모든 순간에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삶이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설명과 함께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어떤 정형화된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이 내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아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시간이었다. 또 무궁한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재료의 조화가 색다른 묘미를 주었다.
전공자가 아니라는 작가님의 말에 놀라움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 부풀며 전시장을 나왔다.
전시는 나에게 작가님의 의도대로 바람이 꿈이 되고 응원과 지지의 손길이었다.
한 시간 넘게 전시를 둘러봤더니 배가 고프다.
걸어가도 될 거리에 가려던 방어 한식뷔페집이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따뜻하고 다양한 음식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접시에 음식들을 골라 담으며 방어회를 기다렸다. 운 좋게도 바로 앞에서 부위별로 썰어진 방어회가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겨 나왔고, 남편은 재빠르게 제일 맛있다는 배꼽살과 각각 부위별로 조금씩 담아서 한 접시를 가져왔다.
신선한 방어회에 초장과 생고추냉이를 올려 따뜻한 밥과 함께 즐겼다. 딸은 간장에 살짝 찍어 회 본연의 맛을 느껴가며 먹었다.
다양한 메뉴와 함께 방어회를 실컷 먹고 주방에서 나오시는 젊은 사장님께 신선한 방어회를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건넸다.
웬만한 횟집보다 싸고 싱싱한 회를 잘 먹었다는 말에 처남이 배가 있어 날마다 신선한 방어를 가져다준다는 말을 들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장님의 처남 덕분에 먹고 싶었던 방어회를 맘껏 먹은 도민 맛집이다.
어딘지 몰라서 못 가는 도민 맛집을 찾은 것 같아 목록에 추가했다. 그리고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지인과 함께 꼭 다시 찾기로 했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자주 다니는 해안가로 돌고래를 보러 갔다.
제주에 사는 남방돌고래가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행운이 들어오는 것 같아 기쁜 일이나 이루어지길 고대하는 일이 있으면 찾는 곳이다.
오늘은 바람이 차고 거세게 불어서인지 기다려도 돌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허탕 치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날을 잘 못 잡은 듯해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했다.
아마 올 때마다 고래가 모습을 보여줬다면 자주 찾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밀당의 고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엔 달달한 것만 한 것이 없지 싶어 노을 맛집과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를 찾았다.
오늘의 일몰은 17시 57분이다. 기다리는 동안 카드 게임을 즐기는 여유도 가져봤다.
폭신한 부생카와 한라봉 크림 케이크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위로받았고,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의 황홀함이 마음까지 붉게 물들였다.
노을 가득한 창을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 한 장 찰칵, 짧기만 한 하루의 아쉬움을 달래 본다.
이 순간만큼은 그 무엇뵈다 충만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