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상

삼춘 물질해요?

by 데이지

"삼춘 오늘 물질해요?"

"바다가 조용해 물질 하우다."


올레길을 걷는데 부둣가에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던 길을 멈추고 무리 속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해녀삼춘이 바다에서 물질해 온 뿔소라가 한가득이었다. 삼춘은 젖은 잠수복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뿔소라를 자루에 나눠 담고 있었고 한 자루씩 사람들이 들고 갔다.

"뭐 하는 거예요?"

"삼춘이 지금 잡아온 뿔소라 싸게 팔아요."

"얼마나 하는데요?"

"킬로에 육천 원요. 얼마나 줘요?"

"잠시만요."


방금 바다에서 잡아온 뿔소라가 킬로에 육천 원이라는 말에 놀라 남편을 쳐다봤다.

너무 싼 가격에 무조건 사자는 나와 걷던 올레길은 어쩌냐며 다음에 사자는 남편이 서로 옥신각신 하는 동안 점점 소라는 줄어들고 있었다.

다 팔릴 것 같은 조바심에 올레길은 다음에 다시 걷고 오늘은 소라를 사 집에 가서 삶아 먹고 볶아 먹자며 이러다가 다 팔리면 어쩔 거냐고 따지 물었다.

걷자던 남편이 삶아 먹자는 말에 쫄깃한 뿔소라 맛이 생각났는지 맛있겠다며 그러잖다.


"삼춘 5 킬로만 주세요."

둘이 실컷 먹어도 충분할 양이다.

봉지에 뿔소라를 담는 삼춘이 자꾸 작은 것들로만 주워 담으며 작은 게 더 맛있다는 말을 했다.

순간 우리를 바보로 아나 싶어 큰 것으로 좀 달라고 부탁했더니 자기 말만 들으면 맛있을 거라며 큰 것은 무게만 많이 나가고 속살은 질기단다.

삼춘이 담아주는 대로 덤까지 두둑하게 받아 들고 올레길은 다음에 이어 걷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왔다.


올레길을 걷다가 우연히 득템 한 뿔소라를 들고 오는 내내 어떻게 삶아 먹을지 인터넷 검색을 했다.

보통은 회로 먹거나 들기름에 살짝 볶아 먹었었는데 이번엔 크기도 작고 양도 많아서 삶아 먹기로 했다.

뿔소라는 해감 후 냄새가 나지 않게 소주나 된장을 풀어 끓으면 소라를 넣고 10분 정도 삶아 뚜껑과 내장, 이빨 그리고 치마살을 제거하고 먹으면 된다.

집에 도착해 씻는 동안 해감을 하고 커다란 찜통에 한가득 넣고 삶았다.


삶은 뿔소라 한 점을 입에 넣으니 바다를 한껏 품은 듯 바다향과 쫄깃쫄깃함이 허기와 맞물려 더할 수 없는 맛이었다.

남편과 한 점씩 주거니 받거니 먹으면서 살아가는 게 별거 있나 이 맛에 사는 거지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뿔소라 3만 원이 준 이날의 행복이다.


갓 제주로 이주했을 때는 바다에서 톳, 미역은 쉽게 채취했었고 지인과 자연산돔, 문어, 한치 등도 나눠먹곤 했다.

그때만 해도 섬 생활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젠 기온상승으로 바다에는 그 많던 미역과 톳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이웃과 나누는 마음도 예전 같지 않아 졌다.

산지에서 파는 신선한 농수산물이 직거래되는 일은 점점 줄고 오히려 귤도 산지보다 육지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이주하고 제주시내에서만 살다 보니 산지와의 거래는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 곳곳을 다니게 되고 뜻하지 않은 산지 거래도 하게 되었다.

이젠 날씨만 좋다면 신선한 뿔소라를 해녀삼춘 덕분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핸드폰 연락처에 뿔소라 구매처라고 저장하며 부자가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뿔소라 회를 먹고 싶을 땐

"삼춘 물질해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