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도 어느새 자라는 머리칼
커트를 하고 나면 감고 말리기 편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칼은 다시 자라게 되고, 감고 말리며 손질하는 불편함을 참지 못해 미용실을 찾게 된다.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람들은 짧은데 뭐 자를 게 있어 또 머리를 잘랐냐고 하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커트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머리칼은 들쑥날쑥 제멋대로 자라 지저분해지고, 스타일도 어정쩡 해지기 일쑤여서 커트를 자주 할 수밖에 없다. 머리가 짧기 때문에 변화에 더 민감해지는 것이다.
잦은 커트를 줄여 보려고 머리를 길렀던 적이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파마를 하거나 상한 머리를 다듬다 보니 미용실을 가는 횟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날마다 감고 말리는 손질은 커트머리와 비교도 할 수도 없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스타일을 바꿔봐도 번거롭지 않고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헤어스타일은 없었다. 그래서 머리 길이가 아닌 나를 돋보이게 하는 선택을 택했다. 다시 미용실에 가서 짧게 커트를 했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요즘은 헤어디자이너 혼자 운영하는 미용실이 많아지면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방문 후 무작정 순서를 기다리는 불필요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 기다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랑방 같은 풍경도 사라져 한 편 아쉽다. 여전히 한 달에 한 번 이상 들르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시간은 많이 단축되었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면포를 두르고 사각사각 소리에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진다.
한 달 만에 또 이 만큼 자랐구나! 커트가 끝나고 머릿속에 손을 넣어 머리뒤로 쓸어 넘기니 가벼워진 머리가 만족스럽다. 이 상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혼잣말에 뒷정리를 하던 디자이너가 그럼 우리는 굶어요 하며 웃는다. 샤워하는 기계도 만드는 세상인데 원하는 기간만큼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고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편해질까. 같은 헤어디자이너가 매번 머리를 잘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만족스러운 커트가 된 날이면 엉뚱한 생각이 간절히 든다.
누구 이런 기계를 발명해 주실 분 계실까요?
그런 날이 꼭 오기를 바라며 미용실을 나왔다.
발상은 엉뚱한 생각에서 비롯되고 발명의 시작이 된다. 이 말도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언젠가는 발명의 시작이 되길 바라본다.
어쩌면 시작은 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옵션으로 염색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