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상

어머니의 따뜻한 온기

by 데이지

얼마 전 그림책 테라피 수업 중 죽음을 맞이하며 따뜻했거나 좋았던 기억을 한 가지 가지고 간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의 등에서 느꼈던 따뜻했던 온기가 생각났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예닐곱 살 때쯤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농사일에 할머니와 식구들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만큼 일이 많았고, 집 안팎일로 바쁘셨기에 평소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시거나 안아주시는 일이 드물었는데 아플 때만은 예외였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도 아픈 것도 그렇게 싫지는 않았었다.


난 형제들 중에 유독 아프면 먹지도 않고 종일 잠을 잤다. 어머니는 잠만 자려는 딸이 걱정돼 밥때마다 깨우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업고 밖으로 나가시곤 했다. 그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응석을 받아주시면 특별한 약을 먹지 않아도 금세 낳는 것 같았다. 정말 열이 심할 때는 그저 어머니의 등이구나 싶지만, 견딜만하게 아플 때는 아파도 좋아서 신이 났었다. 그 모습을 오빠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금세 어머니에게 꾀병 부린다고 고자질을 했고, 난 등에서 혀를 내밀곤 했었다.

어머니의 품속에 두 손을 넣고 등에 납작 엎드려 움직임에 몸을 맡기며 느꼈던 어머니의 온기와 열로 벌게진 볼을 스쳤던 바람까지 기억한다. 그때의 만족감은 무엇에 비길 수 없이 충만했다.

어머니는 등에 딸을 업고도 쉼 없이 집안일을 해야 하셨고 잠들어 고개를 연신 떨구거나 볼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느끼실 때면 한 번씩 나를 흔들거나 추스르며 깨우셨다. 열이 나고 아픈 와중에도 어머니의 등은 참 넓고 따뜻했던 기억과 코끝으로 느껴지는 땀과 비누향이 섞인 어머니의 냄새도 좋았다.

그 딸이 엄마가 된 지금도 그 따스함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가끔씩 아프거나 힘들면 어머니의 넓고 포근했던 등이 더 그리워진다. 어머니란 존재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한 위안이다. 그런 어머니가 옆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때면 사무치게 그립다.


그 딸이 어느새 두 딸을 두었고 두 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무심히 했던 말이나 행동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가슴 뭉클한 기억으로 간직하기도 한다.

딸들도 내가 그랬듯 가슴 따뜻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한 가지는 꼭 가슴에 품고 살아가길 바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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