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상

내가 용인 가봐!

by 데이지

여름이니까 더운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가만히 있어도 숨통이 콱콱 막히고 뒷 목과 가슴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핸드폰은 폭염경보 알람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댄다. 열사병으로 사망자가 늘어가고 햇볕은 뜨겁다 못해 따가워서 양산이나 모자 없이는 단 일분도 걷기가 어렵다. 유월 중순부터 시작된 더위가 이제 정점을 찍는 팔월이 시작되었다. 여름 한낮 더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계속되는 열대야로 밤까지 더위에 지쳐간다. 지금은 아이처럼 달력에 가위표를 치면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낮에는 더위에 지치고 밤에는 잠까지 설치기 일쑤다. 체력이 떨어지니 더워도 운동을 시작했다. 해가 지는 저녁 7시 30분쯤 동네 공원을 산책한다. 계속 걷기만 하면 운동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니 걷다가 뛰기도 하고, 까치발로 걷거나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변화를 준다. 해가 졌다고는 해도 27도를 웃도는 날씨 때문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팔은 금방 샤워를 한 것처럼 땀이 뚝뚝 떨어지고 딸과 손이라도 잡으려 하면 미끄러지기 일쑤다. 입에서는 연신 더워 소리가 나오고 얼굴은 불게 달아오른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면 씻는 동안만 시원하다. 씻고 나와 물기를 닦으면서부터 더위는 다시 시작된다.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있어도 머리를 말리면서 다시 뒷목에서 땀이 흐른다.

"더워 죽을 것 같다. 더워 더워! 내가 이렇게까지 땀을 흘리지는 않았는데"

"엄마는 갱년기라 더 그래. 에어컨 틀어서 시원한데"

딸이 옆에서 한 소리 한다. 여름더위에 갱년기까지 더위가 곱빼기에 따따블이다. 씻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에 열을 식히고 나면 조금은 살 것 같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다. 갑자기 속에서 불을 뿜어내는 용처럼 뜨거운 것이 등을 타고 얼굴까지 올라오곤 한다. 그러면 땀이 나면서 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갱년기의 위력을 느끼는 순간이다. 옆에서 남편과 딸이 시원한데 뭐가 덥냐는 소리를 할 때면 선풍기 바람을 키우면서 소리를 지른다.

"네들이 갱년기를 알아! 속 터지는 소리 그만해!"라고

그나마 낮에는 더우니까 속에서 열이나도 참을 만 하지만, 밤에는 자다가 열이 오르면 누운 자리를 옮겨가며 선풍기 리모컨을 눌러댄다. 제대로 숙면을 할 수가 없다. 올해는 더위가 늦게까지 이어질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하루하루 버텨내는 심정으로 보내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같은 여름이다.

등에서 열이 올라 불을 뿜을 것 같은 순간 돼지인 내가 승천할 수도 있지 않을까?

더위와 갱년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끝은 있는 것일까?

잠결에 별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오늘도 잠을 설쳤다.

그래서 너무 피곤하다.

지금 이 더위와 갱년기를 함께 겪는 여러분 우리 힘냅시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한 여름밤에 용이 될 것 같은 순간에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