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한국 교육의 현실과 문제
1 뜨거운 교육열과 높은 학업성취도, 그런데 교육 후진국이라니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뜨거운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학생들 상당수는 빠르면 유치원, 늦어도 중학교에 들어가는 시점부터는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사교육에 매진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내신을 관리하곤 합니다. 원래는 다음 학년에 배워야 할 내용을 미리부터 학습하는 선행학습은 이러한 사교육의 꽃이라 할 수 있지요.
이와 같은 교육열을 반영하듯,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입니다. 2018년에 이루어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PISA)의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은 읽기 514점 (OECD 평균 487점), 수학 526점(OECD 평균 489점), 과학 519점 (OECD 평균 489점)을 기록해 모든 영역에서 OECD 회원국 37개국중 상위권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위와 같은 지표만 보면 한국은 분명 교육에 있어서 선진국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붙잡고 물어보았을 때, 지금 한국의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마 많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대입만을 목표로 하는 사교육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목을 동시에 조르고 있으며, 모두가 명문대 입학만을 바라는 교실에서 교권이란 말은 허상에 지나지 않지요. 단편적인 성취도는 높을지 몰라도, 그것이 건강한 교육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 진학 이전의 학생들이 보이는 높은 학업성취도에 비해 국제적으로 한국 대학들의 위상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OECD에서 평가한 또 다른 지표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지표는 삶에 대한 만족도인데요, 한국 학생들이 OECD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었던 다른 지표들에 비해 삶에 대한 만족도 지표에서는 OECD 평균인 7.04점보다 낮은 6.52점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한국 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거죠. 오늘은 현재 한국의 교육과 입시, 그 어려운 문제에 대해 같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2 한국의 기형적인 공교육과 입시체계
한국의 아이들이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학업에 필요한 지식보다는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들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언어인 한글을 쓰고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내용이고 공교육에서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2017년 이전까지는 초등학교에서 한글 읽기를 가르치는데 할애하는 기간이 겨우 4주였다고 합니다. 한 언어를 익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죠. 그 이유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익히고 오는 아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었고요. 하지만 한글을 미리 배우고 오는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공교육에서 한글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은 결국 사적인 통로의 교육에 의지하는 무책임한 공교육의 모습일 뿐입니다. 이렇듯, 지금 한국의 교육체계는 그 첫 단추부터 어딘가 어긋난 상태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지금 한국에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은 크게 학종과 수능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방식 모두 상당한 내적인 모순을 보이고 있죠. 학종이란 학생부 종합전형의 약자로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학종의 가장 큰 특징은 공부 외적인 요소, 즉 비교과를 입시에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의 제도에 대한 무분별한 신뢰로 한국에 도입된 학종 전형은 대입 경쟁이 극도로 심한 한국에서 더욱 많은 부담과 사교육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공부만이 아니라 비교과를 위해서도 돈을 써야만 했으니까요.
수능 또한 이상적인 대입 시스템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능 시험은 기본적으로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선다형’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대신 지식 습득과 암기에 기반한 획일적인 공부 방식을 요구하게 될 뿐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을 수 있는, 소위 ‘여건이 좋은’ 아이들에게 더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교육학자 이범은 한국의 입시체계에 대해 ‘선다형 입시 + 비교과 반영 + 내신 상대평가’라는 OECD에서 보기 드문 요소들만 조합해놓은 기이한 대입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비교과 활동들을 통해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면서 정작 모든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입시 시험에서는 획일적인 답을 내게 하는 모순적인 형태의 입시체계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3 과도한 경쟁,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심리와 선민의식
“[우리는] 똑똑하지 않은 사람과 교류해본 경험이 별로 없음. 우리가 사는 울타리 밖의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준이 낮음… 우리가 생각하는게 맞고 똑똑한거 알겠는데, 안 똑똑한 사람이 훨씬 많아서 우리는 소수자고 우리의 관념이 상식이 아니라는걸 받아들여야함” (모 대학 에타 커뮤니티)
이것은 한 국내 명문대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에서 일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이 글의 저자는 본인을 포함한 자신의 학우들이 명문대생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는 판단이 외부인들의 판단보다 우월할 것이며 자신들의 울타리 밖 사람들은 더 열등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명문대에 다닌다는 이유로 그들이 정말 더 우월한 사람이 되는 걸까요?
그 학생들은 분명 열심히 공부한 결과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고, 이것은 인정받아야 하는 대단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학생들이 다양한 사안에 대해 외부인들보다 더 옳은 답을 낼 거라고 가정할 수는 없지요.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조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밀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요구하는 입시의 까다로운 기준들을 하나하나 만족시키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보여줄 가능성이 더 낮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 똑똑한 학생이 왜 이렇게 어리석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요? 아마도 길고 치열한 경쟁의 끝에 얻은 열매에 대한 보상심리와 선민의식이 아닐까요?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명문대 입학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는데 그 동안 포기해온 것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기를 원하니까요. 그리고 명문대에 입학만 하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듯 말하는 사회의 지속적인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겠죠.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명문대 출신이라는 인증표시가 실제로 어느정도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문대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나은 사람” 이 되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말입니다, 과도한 경쟁이 원인이라면,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왜 이렇게 과도하게 경쟁을 하게 된 것일까요?
4 성공하기 위한 교육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한 교육으로
대입에서 드러나는 과도한 경쟁의 바탕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사회에서 수입을 얻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돈을 벌 방법을 찾아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학벌이 엄청난 도움을 주니까요. 학벌이 좋지 않아도 좋은 직장에 쉽게 취업할 수 있거나, 출신 대학과 무관하게 취업이 가능했다면 지금보다는 분명 대입경쟁이 덜했을 것입니다. 대학의 내재적인 특성만이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죠. 학력이 높을수록, 학벌이 좋을수록 좋은 직장과 안정된 삶을 얻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목숨 걸고 입시경쟁에 매달리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모습이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생존방식일수도 있습니다. 돈이 곧 권력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돈과 안정적인 삶을 쟁취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학벌이라면 그것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더 좋은 직장과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교육에 매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학교에 가고 그 결과로 좋은 직장과 안정된 삶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노력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한국의 대학생들에게는 그런 측면이 존재했었고요. 하지만 지금의 경쟁은 옛날과는 조금 그 결이 달라졌습니다. “더 잘 살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추락하지 않기 위한” 경쟁이 되었으니까요.
자본주의가 도입된 이래 취업난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리 평등하고 건강한 사회라고 해도 다른 직업들에 비해 장점이 많은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 이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의자의 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해야만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현재 한국의 취업경쟁은 그 성질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으로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몇 십 년 전의 한국에 비해 지금 한국에서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이지요. 일례로, 기성세대가 취업시장에 뛰어들던 20세기 후반에 비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습니다. 소득뿐 아니라 비정규직의 비율 또한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고요. 이런 세상에서 공부는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추락하지 않기 위한 수단이 되며, 욕구가 아닌 두려움에 기반한 이러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더 처절하고 치열해질 수밖에 없겠죠.
5 표류하는 교육정책
이렇듯 한국의 교육과 입시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많고 휘청이고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잡는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제시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을 그 자리에 앉혀 놓은 것이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문제 해결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정부의 교육 정책 또한 명확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려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표를 받아 자리를 유지해야만 하는 정치인들의 숙명일수도 있지만 한국의 교육정책은 유독 포퓰리즘에 많이 시달려온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은 3 가지가 있습니다. 이 정책들은 모두 실질적인 교육개선 효과는 없지만 대중들을 달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들이었죠.
첫째 포퓰리즘 정책은 대학을 무분별하게 늘리고 졸업장을 남발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의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이란 곧 취업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와도 같다는 인식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대학에 대한 수요가 무척 많았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1995년의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통해 사립대학의 설립을 쉽게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무분별한 대학 수의 폭증으로 이어졌고, 결국 지금의 한국에는 대학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학생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이름뿐인 대학들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포퓰리즘 정책은 유급과 낙제를 없앤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한국의 중고교 과정에는 유급과 낙제가 존재하지 않는데요, 유급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고 낙제는 특정한 과목에 대한 이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모든 수업에서 잠만 자도 진급에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학교 수업에서 학생들의 집중도와 참여도는 떨어지게 되고 이는 공교육 권위의 극심한 하락에 일조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들에서는 학업 성취도가 너무 낮은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주지 않거나 과목별로 학점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제도가 존재하다고 하네요.
세 번째 포퓰리즘 정책은 인문계 정원의 과도한 증가였습니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대학이란 곳은 본질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이며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라면 빠르게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성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대학 졸업장만을 원하는 부모들의 욕구를 반영한 정부는 무책임하게 지금의 일반고인 인문계 고등학교의 비율을 늘려왔고, 이는 결국 교실 붕괴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6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한국사회의 교육과 입시는 이렇듯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어 문제의 해결은커녕 개선을 위한 실마리를 잡는 것 조차도 무척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해결책 한 가지를 알아보고 그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