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의 현실과 문제]-2편

by 공익허브

https://youtu.be/VQoWh1wJVXg




2장 대안으로서의 포용적 상향평준화에 대한 평가


1 한국의 기형적인 교육 체계의 원인


지난 글에서 저희는 한국의 기형적인 교육 체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다양한 교육 정책들이 큰 실효성 없이 대중의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에 잠식되어 왔다는 사실도요. 한국 교육체계에는 대학의 서열화, 과열된 대입경쟁과 무분별한 사교육, 공교육에 대한 신뢰 하락, 교권의 상실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학자들 사이에 통일된 의견이 존재하지 않고 있지요.


여기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주장을 펼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바로 교육학자 이범인데요, 그는 한국의 기형적인 입시체계와 과도한 경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상위 대학들 사이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교육의 질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각 대학별로 학생 1인당 투입되는 교육비의 현황을 제시하죠.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학생 1인당 투입된 교육비는 서울대 4,475만원, 연세대 3,173만원, 중앙대는 1,584만원으로 서울대와 중앙대만 해도 한 학생에게 투자되는 비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의 통계를 보아도 서울대는 13.7명으로, 연세대 (18.1), 한양대 (21.9), 중앙대 (27.2) 등 기타 명문대학들에 비해 훨씬 학생들에게 유리한 비율을 보이고 있지요.


이렇듯 소위 ‘순위가 높은’ 명문대학에 들어갈수록 재학생에게 투자되는 비용이 커지고 그만큼 많은 것들을 누리며 대학생활을 할 수 있기에, 그것이 대학 이후의 성공과도 연관되며 대학 서열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각 대학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있어서 너무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수요가 특정 대학으로 과도하게 몰린다는 것이죠.




2 포용적 상향평준화가 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범이 제시한 해결방안은 “포용적 상향평준화”입니다. 포용적 상향평준화는 기존에 제시된 적 있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사립대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상위 대학들을 포함하는 통합 네트워크의 형성이 필수적이지만 국립대만을 포함해서는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으므로 사립대들까지 포함하여 상향평준화된 포용적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아무리 국립대학들만을 대상으로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봤자 그것은 현재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대의 위상을 끌어내릴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외의 수많은 사립대학들의 견고한 서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테니까요. 따라서 대학간의 통합 및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사립대학들을 반드시 포함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것을 위해 이범이 생각한 방안이 바로 “포용적 상향평준화”였던 것이죠. 포용적 상향평준화는 전폭적인 재정적 지원을 통해 각 대학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포용적 상향평준화의 실현에 있어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1 대학에 대한 투자 증가


포용적 상향평준화의 첫 번째 중요한 요소는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범은 반복적으로 대학에서 각 학생에게 투자하는 비용의 차이가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합니다. 따라서 서열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학생 1인당 투자되는 비용에 있어서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들에 더 많은 교육비를 지원하여 이들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기존 자료에 따르면 한국 대학들에서 학생들에게 투입되고 있는 교육비는 상대적인 차이도 문제이지만 그 절대적인 금액부터 매우 부족합니다. 해외 주요 대학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놀랍게도 한국의 고등학생 1인에게 평균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대학생 1인에게 평균적으로 투입되는 비용보다도 많다고 해요.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 중요시하고 그 이후는 등한시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인 것 같네요.


2 사립대학 포함


현재 한국에서 명문대로 불리는 대학들 대부분은 사립대학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대입 경쟁의 완화를 위해서는 국립대학들뿐 아니라 사립대학들까지도 개혁의 대상에 포함해야 하죠. 문제는 사립대학들을 강압적으로 네트워크에 포함시킬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독재국가가 아니니까요. 민주사회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립대학들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센티브에는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대학의 기존 권리들을 보장하는 등의 방안들이 포함될 수 있겠네요.



3 대학의 자율적 발전 보장


대학들을 포용적으로 상향평준화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 대학마다 재원이 필요한 분야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재원을 사용하여 각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안배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들 중에는 연구역량보다 교육에 치중하는 liberal arts 대학들도 있으며, 반면에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연구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학들 또한 존재합니다.



3 포용적 상향평준화의 장점



만약 이러한 제도가 실현된다면 한국 교육과 입시는 어떻게 바뀔까요? 만약 위의 모든 요소들이 갖추어진 채로 포용적 상향평준화가 실현된다면 분명 우리 교육계는 지금보다는 나은 방향으로 변할 것입니다.


우선, 교육의 질을 확정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각 대학별로 발생하는 교육비 격차는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것이 한국 교육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해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대학에서 평균적으로 학생들에게 투입하는 교육비는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가장 많이 투입하고 있는 서울대의 수준에 맞춰서 타 대학들의 교육투자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한국 대학 전반의 교육의 질 상승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대입에 있어서 경쟁 완화효과 또한 분명히 나타날 것입니다. 자리가 늘어나면 경쟁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이치겠지요? 서울대학과 유사한 수준을 가진 대학의 수가 늘어난다면 이것은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며 좁은 문을 조금 더 넓혀서 경쟁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선 무조건 서울대에 매달리지 않아도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의 다른 대안들이 존재한다면 훨씬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포용적 상향평준화의 또 다른 장점으로, 대학 서열화를 무너뜨리는 효과 또한 존재할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은 카이스트와 같은 특수한 대학들을 제외하면 그 어느 과를 가더라도 무조건 서울대가 최고이고, 그 다음은 무조건 연고대가 최고인, 정말 단단한 서열체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하버드가 최고 명문이어도 전공에 따라서 다른 학교가 더 좋다고 여겨지기도 하는 미국 대학들과의 분명한 차이이기도 하지요. 재정적인 지원을 통해 기타 대학들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는 대학의 서열화를 타파하는 동시에 각 대학이 단순한 등수 대신 각자의 특색있는 강점을 개발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4 넘어야 할 문제들


이렇듯, 실현만 된다면 포용적 상향평준화는 분명 우리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장벽들이 존재합니다.


우선, 포용적 상향평준화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합니다. 사실 복지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돈만 충분히 있다면 말이죠. 재정이 무한하다면 어떤 복지 정책이든 실현이 가능할 것이고 지상낙원이 달성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상은 빠듯한 국고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모든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범 본인이 인정하듯이 이 정책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요.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포용적 상향평준화가 사회에 이로운 변화인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 정도의 비용을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포용적 상향평준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대학의 서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향평준화로 서울대의 수준에 못미치는 대학들을 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그 대상이 한국의 모든 대학이 될 수는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정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며, 무분별만 대학 신설로 인해 지금 한국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대학이 있기에 모든 대학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도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선택받은 특정 대학들에만 재정적 지원을 하고 이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려 한다면 결과적으로 미국의 아이비리그와 유사한 명문대 집단이 형성되고 이들만의 새로운 카르텔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5 그리고 남아있는 문제들



그렇다면 포용적 상향평준화가 도입된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과연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용적 상향평준화가 도입된다면 대학의 견고한 서열화나 과도한 사교육 경쟁 등 한국 교육계의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 아느 정도의 완화효과는 얻을 수 있으리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겠지요? 이 장에서는 포용적 상향평준화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을 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학벌과 직업시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에서 대학 졸업장, 그리고 좋은 학벌이란 분명 이후에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아주 유용한 스펙입니다. 기업에서 명문대 출신 지원자들을 선호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연결고리가 지속된다면 상위권 대학이 하나이든 여럿이든 간에 그러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수요는 늘 포화상태일 것입니다. 따라서, 블라인드 채용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학벌과 취업시장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거나 약화시키지 않으면 대입을 위한 경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대입 경쟁의 다양한 원인 중 하나인 ‘불안’ 또한 여전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한국의 과열된 입시경쟁은 더 많이 얻기 위한 경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추락하지 않기 위한 경쟁이기도 합니다. 입시경쟁에서 탈락하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모두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포용적 상향평준화나, 그 외의 단순한 대입 시스템의 개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의 근본에 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입시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인생의 낙오자다 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망의 구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6 마치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을 위해 이제는 정치적인 고려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입시 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포용적 상향평준화는 분명 한국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학벌과 취업시장의 연결고리나 상위대학과 하위대학 사이의 수준차이 등 교육경쟁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존재할테지요. 하지만 문제가 어렵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다면 절대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포용적 상향평준화는 한국 교육 개혁의 유의미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며, 지금의 한국에 꼭 필요한 변화가 될 것입니다. 다만 한국 교육 개혁의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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