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만 두 명이 죽었다

그리고 중대재해 처벌법 개정안도 발의 됐다

by 공익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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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람이 죽었다.

화요일 퇴근길에 본 뉴스 기사 제목 하나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아파트 외벽 청소 첫 출근날에.. 밧줄 끊어져 20대 사망」


안 봐도 사망원인은 뻔하다. 또 안전사고다. 외벽 청소 중이던 노동자를 붙잡고 있던 밧줄이 작업 과정에서 마모되며 끊어져버린 거였다. 밧줄은 15층 높이의 공중에서 그를 지탱해주고 있던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사흘 전 해당 업체는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 장비(보조용 구명 밧줄)를 구비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번 주에도 또 사람이 죽었다.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로 죽었다는 기사가 낯설지 않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통계로 봤을 때 매일 2명의 근로자들이 노동현장 작업 중에 사망한다.


나 또한 이번 달만 해도 벌써 두 건의 사망사고 뉴스를 접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한 명, 인천 송도에서 한 명. 안타깝게도 두 사망사건의 내용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아파트 외벽 청소 중이었고, 추락을 막아주는 보조 로프가 없었으며, 하나뿐인 작업용 밧줄이 마모되어 사망했다. 다른 건 오직 피해자뿐이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던 청년근로자 김 군이 들어오던 열차에 치여 숨졌다. 원칙적으로는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지만 비용절감의 이유로 김 군은 혼자 근무했다. 근로 행위를 감독해야 하는 업체도 이와 같은 사태를 진작에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치했다.

2020년에는 광주 하남 사단에서 지적장애인 김재순 씨가 파쇄기 청소 업무 중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김 씨의 업무 또한 2인 1조로 진행되어야 하는 고위험 노동이었으나 안정장치 하나 없이 구의역의 김 군처럼 혼자서 작업을 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올해 초 이처럼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고를 막고,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처음의 의도와 달리 사업주들에 대한 처벌 수위와 안전 인식 개선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버리면서 최종적으로는 실효성이 없는 법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5월, 다시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번에는 사업주의 처벌 수위를 올릴 수 있도록 국민 양형위원을 지정하여 벌금의 액수를 정하게 하는 '양형 특례조항'과 50억 이하 혹은 10억 이하와 같은 벌금의 상향선이 아닌, 1억 이상과 같은 벌금의 '하한선'을 두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양형 특례조항은 산재 사건에서 판사가 벌금 액수를 정할 때 산재사고 전문가, 유가족 등의 의견을 들은 후에 결정한다는 뜻이다.

지방법원장은 범죄나 심리학, 사회학 등과 같은 관련 전문가들을 국민 양형위원으로 지정하여 형을 참고할 수도 있다.

그동안 사업주들은 위반 사항의 사후 시정, 산재보험 가입 등의 사유로 중대재해 판결에서 낮은 수준의 실형을 받아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산업재해 사건을 보면 사업주들이 노동자 한 명의 사망에 대해 물어 온 벌금의 평균액은 450만 원이었다.


450만 원.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하나의 목숨 값으로 생각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꽤 합리적인 금액이다. 2018년 이후 한 차례 개정되긴 했지만 개인은 평균 518만 원, 법인은 553만 원 정도로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벌금의 하한선을 1억으로 정하는 방안은 이러한 사태를 막아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개정 사항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그리고 사업주에 대해 중대재해 처벌과 위험 인식을 강화시키고 노동자들을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해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재해에 같은 수준의 벌금 하한선을 두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사건사고는 모두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어떻게 모두에게 똑같은 처벌을 하냐는 거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중대재해 처벌법은 20%의 노동자만을 위한 법이다. 중대재해 발생의 약 80%는 '50인 미만'과 '5인 미만'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에 대해 3년의 유예기간을 주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되었다.


중대재해 처벌법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영국의 '기업살인법'이다.

기업살인법의 정확한 명칭은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다. 이는 산재사고 발생 시 기업 등의 부주의가 밝혀지기만 해도 상한 없는 벌금형과 같은 처벌이 가능해지는 법이다.

실제로 이 법이 실행된 후로 영국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이 법이 적용된 사건은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기업살인법 자체가 사망자 수 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가 각각 책임을 묻고 처벌을 받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 이유가 더 커 보인다.


송도에서 아파트 외벽 청소를 하던 청년이 사망하고 난 후 이틀 뒤 목요일. 국무회의에서는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재계에서 일제히 반발하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반발의 이유는 꽤 그럴듯해 보였다.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이 시행령에 구체화되지 못함으로써 산업현장에서는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없고 향후 관계부처의 법 집행과정에서 자의적 해석 등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요구 사항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 사업주 처벌규정을 징역 하한에서 상한으로 전환

- 1년 이내 반복 사망 시에만 중대재해 처벌법 적용

- 사업주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면책 가능 등을 적용할 것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지만, 요구사항 어디에서도 노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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