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3이 발매될 때까지 바뀌지 않은 것

by 공익허브
아이폰 브런치 사진.jpg iOS 15.0.1로 업데이트 중인 내 생활필수품들


아이폰을 쓴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나도 처음에는 갤럭시 유저였다. 평생을 신토불이로 살다가 미제로 바꾼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놈의 '갬성'이 뭔지 나도 좀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 동안 아이폰을 썼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아이폰 감성'이 뭔지 모르겠다.


그동안 애플도 많이 변했다. 광고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감성을 내세운 광고를 만들었다면, 요즘은 기능을 앞세운 광고를 더 많이 내보내고 있으니까.


직관적인 디자인을 좋아했던 스티브 잡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애플의 UI는 직관적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단순하다 못해 불친절하다. 나도 아이폰을 처음 사고 난 후 일주일간은 화만 냈던 거 같다.

감정도 생각도 없는 기계에게 매일 “그래서 도대체 그 기능은 어디 있는 건데!”라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점점 사용할수록 애플 제품이 갖는 장점들이 강하게 와닿았다. 따로 색보정이 필요 없는 디스플레이와 자동 저장 기능, 그리고 애플 기기끼리의 자유로운 호환까지.


정신 차리고 보니 컴퓨터부터 이어폰까지 전부 애플이 되어 있었다.


애플과의 특별한 경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도 낯을 가린다지만 설마 내 핸드폰과 1년 동안이나 낯을 가릴 줄은 몰랐다. 아이폰은 아무래도 이름처럼 MBTI가 i로 시작하는 듯했다. 1년 동안 익숙해질 만하면 숨겨왔던 기능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며 사람을 새삼스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30대 이상부터 아이폰보다 갤럭시 사용률이 높은 데는 이런 이유도 작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작년 기준 아이폰 사용자 비율을 보자면 20대에서 삼성 45%-애플 44%로 비슷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층에서 삼성 제품의 사용비율이 높았다.

애플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성인들 중 18% 정도였다.


나를 포함한 이 18%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환경적인 문제' 하나를 겪고 있다. 바로 애플 제품의 수리 장벽이다.


애플은 갤럭시에 비해 수리비가 월등히 비싸다. 똑같이 액정 수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격으로 21년 1월에 출시된 갤럭시 S21은 18만 7천 원이 든다. 반면 20년 10월에 출시된 아이폰 12는 32만 6천7백 원이 든다. 거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아이폰12 64G의 국내 출시가가 109만 원이었으니 기기 가격의 1/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나도 몇 년 전에 카페에서 맥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커피를 쏟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아메리카노라 새 제품이 아닌 배터리 교체로 기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지불한 비용도 70만 원이었다.

200만 원짜리 맥북에 배터리 교체 70만 원까지 더해져 내 맥북은 도합 270만 원짜리 노트북이 되었다.

그날 생각만 하면 아직도 입 안이 쓰다. 그때 후로 절대로 컴퓨터 옆에 뚜껑 없는 음료를 두지 않게 됐다.


나는 사설업체가 아닌 공식 업체에서 수리를 받았다. 그래서 더 비쌌다. 하지만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사설업체에 제품을 맡기게 되면 이후부터는 애플 공식 센터에서 제품을 검사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애플이 90년대 미국에서 통과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의 “전자제품의 소프트웨어도 저작권이 있는 상품이기에 개인이나 기타 업체가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보호하는 기술적 조치를 우회하는 것은 불법이다.”란 조항을 통해 사설업체의 수리를 막아서였다.


애플의 폐쇄적인 수리 방식은 여기서 기인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할 거면 수리 업체를 많이 만들기라도 하지. 애플은 공인 서비스센터도 몇 개 없다. 그러다 보니 수리받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번거롭다.


국내에 있는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는 20년 기준 94개다. 이중 수도권에만 47개가 몰려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가격을 주고 샀음에도 수리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3월 개별 수리 서비스 제공업체 프로그램(IRP)을 시행하며 기술자 인증을 받은 사설업체에게는 정품 부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말하자면 애플 서비스 센터의 사업 확장이다. 비록 보증기간이 만료된 부품에 대해서만 수리할 수 있기는 하지만 '수리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7개월이 넘어가는 이 시점까지도 사설업체 선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내가 몇 년 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아직도 가슴 아파하고 있는 이유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벽돌이 된 맥북을 꼬옥 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서비스센터를 찾아가서가 아니다.


한겨울 날씨보다 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상상초월의 비용. 그것이 계속해서 내 뒤통수를 아찔하게 만들어 버린다.


주변에서 핸드폰 수리 비용이 비싸, 차라리 새 핸드폰을 사고 만다며 폰을 교체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사설업체를 이용하여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기기를 수리하고, 이후에도 애플 서비스 센터를 이용할 수는 없을까?


최근 같은 생각을 한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수비 권리를 보장하라는 '수리권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이폰은 가격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


현재 새로 출시될 아이폰13은 공식 업체에서 디스플레이를 교체하지 않을 시, 페이스 ID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등의 소프트웨어 적인 이슈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9월, '수리권 보장법'이 발의됐다. 제조업자가 스마트폰 수리에 필요한 부품, 매뉴얼, 장비 등의 공급 또는 판매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막고 수리를 제한시키는 소프트웨어 등을 설치/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당연하겠지만 그동안 애플은 수리/서비스 시장의 독점을 통해 제품의 수리비용 상승과 높은 이윤추구를 이어왔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인구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들의 이익도 매해 늘어났다.


만약 사설 업체에서도 원활한 수리가 이루어진다면 약 43%의 소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 정도가 최근 19개월 이내에 산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한다.

미국 소비자 공익 연구 단체인 US PIRG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개의 스마트폰과 27억 5000만 개의 노트북이 생산되고 5억 9000만 톤의 전자제품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애플은 아이폰12의 생산공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의 83%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수리권이 보장되고, 핸드폰의 교체 주기가 지금보다 1년 늘어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2030년까지 매년 21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년 동안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물론 사설업체에 수리를 맡김으로써 우려되는 문제도 있다. 바로 개인정보 보호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사설업체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의 수리권이 효과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사항에 대한 개인정보법 제정을 통한 법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놀랍게도 스마트폰의 탄생은 1992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됐다. 대중의 손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들려진지 벌써 1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와 정보 보호에 관한 부분들은 여전히 그 시절에 멈춰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애플이 매년 발표하는 신제품 이벤트에 열광한다. 이번에는 어떤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 줄지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양질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DSLR 같은 고화질의 카메라나 컴퓨터처럼 커다란 저장용량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사용경험과 경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당한 권리에 대한 보호. 이제는 신제품 구매와 같은 짧은 경험이 아닌 사용과 유지라는 지속적인 경험으로 시선을 돌려봐야 할 때이다.


관련보고서 보러가기▼

https://publicinteresthub.org/Home/H60000/H60100/boardView?board_key=149&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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