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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익허브 Dec 09. 2024

“진짜 반국가세력은 누구인가” 국민이 묻는다

미션92. 암흑에 빠진 민생과 국정을 정상으로 되돌려라

공익허브는 매주 월요일 ‘미션 100’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제도적 변화 100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기말고사 시험 공부에 한창이었고, 누군가는 밤 늦게까지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연말 모임에서 회포를 풀며 서로의 근황을 묻는 이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해 잠자리에 들려던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흘러가던 일상에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파가 던져졌습니다. 12월 3일 밤 10시 3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입니다. 



군부 정권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 믿을 수 없는 현실


계엄 작전은 치밀했습니다. 3일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소식은 당일 밤 9시 50분에서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 참모들마저 심야 긴급 담화가 예정돼 있는 것을 몰랐다고 합니다. 당초 전해진 담화 내용은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출처: Korea TV



밤 10시25분께 시작한 긴급 담화는 전국민에게 생중계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겨냥해 “망국의 원흉”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 “괴물”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밤 10시 28분,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민중의 피와 땀으로 군사독재를 타파하고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45년 전 전두환 신군부가 마지막이었던 비상계엄 선포를 맞닥뜨린 현실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었습니다. 



간밤 국회로 집결한 시민들, 몸으로 군인 막아… 민중의 힘으로 막아낸 초유의 사태


계엄 선포 후 시민들은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리곤 한밤 중에 국회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길이 막혀 택시에서 내려 뛰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급히 국회로 향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국회에 도착한 시민들은 온몸으로 계엄군을 막았습니다. 군인들이 탄 버스와 승합차, 심지어 장갑차까지 맨몸의 시민들에 겹겹이 둘러싸여 고립됐습니다. 국회 울타리를 넘는 군인을 막아서거나 계엄군의 이동을 지연시키기 위해 아예 길을 막고 앉은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 사이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야당 의원실 보좌관들이 스크럼(여럿이 팔을 바싹 끼고 횡대를 이루는 것)을 만들어 본회의에 침투하려는 계엄군에 맞섰습니다.   



시린 겨울 밤, 시민들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출처: 인사이트



몸을 사리지 않은 시민들과 국회 당직자들의 거센 저항에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은 지체됐고, 의결 정족 수를 채운 국회는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가결시켰습니다. 두려움과 공포가 도사린 국가적 위기 앞에서 나라의 운명을 구한 것은, 또다시 국민이었습니다. 



명분도, 목적도 불분명한 국가 원수의 돌발 행동에 국제사회도 경악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인 4일 새벽 4시 26분, 생중계 대국민담화를 통해 계엄해제를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곧바로 국무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안을 최종 의결하면서 계엄정국은 공식 종료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한 목적과 배경에 관해선 어느 것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한국 사회의 상흔인 군부 독재 시절의 망령을 다시 불러일으킨 윤 대통령의 행태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경악하며 충격을 받은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이번 사태를 향해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폭스뉴스는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를 유지한 나라이자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이 이런 종류의 격변을 겪은 건 충격적”이라고 전했고요.    


민중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꽃피운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경악에 찬 반응을 쏟아냈다. 출처: 동아일보




계엄 사태 후폭풍 헤쳐 나가야 하는 대한민국


계엄의 후폭풍은 빠르게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습니다. 놀란 가슴을 잠시 쓸어내렸을 뿐, 앞으로 닥칠 사회∙경제적 혼란과 대외 리스크에 국민은 여전히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을 바라보자면, 말그대로 참담합니다. 12월 초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핵협의그룹(NGC) 회의는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당장 안보에 빈틈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태국을 여행 중인 한국인 여행객은 현지 환전소에 적힌 ‘원화 환전 거절’ 문구를 SNS에 공유했습니다. 이번 계엄 사태가 한국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는 증거입니다. 



비상계엄 여파로 태국의 한 환전소는 원화 환전을 거부하는 문구를 써붙이기도 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계엄 다음 날 환율이 1430원선 턱 밑까지 급등하는 등 원화 약세 추세가 이어졌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틀간 725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를 이탈했습니다. 한국 금융시장을 향한 신뢰와 투자 의지가 꺾였다는 신호입니다. 국가신인도 역시 기로에 섰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이 적시에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의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비상계엄이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주요 국가들이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외국인으로 붐비던 명동 거리는 전보다 한산해졌고,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 소비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더 악화할 것이란 비관론이 흐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장 관가가 밀집한 세종시에선 계엄 사태 여파로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요. 경제 전문가들조차 비상계엄 쇼크에 “위기를 헤쳐 나갈 여력이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치 혼란의 경제적 여파는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 경제 역량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훼손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끌어올릴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든데 당장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른다면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그간 코로나 극복에 재정·통화 수단이 총동원돼 여력이 없고 재정적자와 가계부채도 급증한 상태다. 아직까진 금융시장이 버텨주고 있지만 정치적 혼란이 길어진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               

           

                                                                 

꺼지지 않은 계엄 소용돌이


정국은 여전히 혼돈 상태입니다. ‘2차 계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쏟아지면서 국회는 동일 사유의 계엄을 금지하는 ‘계엄법 개정안’을 발빠르게 내놨습니다. 한편으로는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을 포함한 계엄 관련자들을 고발 조치해, 검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일제히 수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선 법조계에서 의견이 나뉩니다. 우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고 주요 인사들의 체포를 시도한 정황은 ‘강압적 방법에 의한 국회 기능 저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반면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의 고의와 실행행위’까지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죠. 


주목할 점은 27년 전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신군부의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를 “일종의 협박행위로서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내란이 꼭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확대한 것은 협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협박행위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어요.  



대법원은 이미 1980년 5월에 신군부가 저지른 비상계엄 조치를 내란죄의 구성 요건으로 인정했다. 출처: SBS 8뉴스 유튜브 캡처.



대법원은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그 자체만으로 강압의 효과를 주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내란 가담자들에 관해서도 “내란을 모의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내란을 구성한 구성원으로 모의에 참여했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기여했음이 인정된다면 내란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취지였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입니다. 



다시 광장 밝히는 촛불… 국가적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행동하는 국민


단 한순간에 한국 사회를 혼란의 늪으로 빠뜨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나흘 만인 지난 7일 2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담화를 끝으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나라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도, 집권당은 사사로운 탐욕을 틀어쥐고 내란죄 소지가 있는 국가원수를 식물화하며 민의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한겨울 추위에도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에는 1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운집했다. 현장은 촛불 뿐만 아니라 K팝 아이돌 가수의 응원봉, 위트 있는 문구를 적은 각종 깃



한순간에 대한민국의 항로는 뒤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좌절하지 않고 행동합니다.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과 함께 윤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학생총회가 열렸습니다. 공무원 노조는 규탄 성명을 내고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7일 토요일, 100만여 명의 국민이 촛불을 들고 국회 앞으로 나섰습니다. 나를 지키고, 내가 속한 사회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향하고 광장에 모인 모든 국민에게 살맛 나는 세상, ‘함께’의 기쁨을 누리는 사회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그 염원을 담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한 대목을 전해드리며 오늘의 뉴스레터를 마칩니다. 



집회 현장의 하늘은 희망으로 빛났다. 출처: 공익허브




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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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시사인. 24–12-06. [계엄이 내려진 밤, 국회를 지킨 사람들].
국민일보. 24–12-06. [“비상계엄 쇼크… 한국 경제 ‘朴 국정농단 탄핵’ 때보다 위태”].
서울경제. 24–12-06. [계엄령發 안보 후폭풍… 美 국방, 방한 보류].
매일경제. 24–12-05. [한국 망신이 끝없네… 태국서 ‘환전 거부’, 비상계엄에 국가 이미지까지 타격받나].뉴데일리경제. 24–12-05. [무디스 "계엄 정국 장기화 땐 韓 신용등급 악영향"… 국가 신인도 기로 섰다].
MBC뉴스. 24–12-05. [총보다 빨랐던 SNS… "죄송하다" 고개 숙인 계엄].
한국경제. 24–12-05. [계엄령 후폭풍, 여기까지?… "원화 환전 거부당했어요"].
헤럴드경제. 24–12-04. [대한민국 뒤집어놓은 6시간 비상계엄 [용산실록]].
동아일보. 24–12-04. [외신 “尹 계엄령, 굴욕적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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