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가 13%를 대표하는 나라

by 공익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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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자마자 곧바로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청년 없는 청년 정책.”


이렇게 그럴듯한 문장이 내 머릿속에서, 그것도 한 번에 튀어나오다니. 나도 제법인걸.


하지만 어떤 기발한 생각이 고민 없이 쉽게 떠올랐다면, 그건 자신의 생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구글에 “청년 없는 청년 정책”을 검색해봤다 어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제목을 가진 글들이 그리도 많은지. 이 문장을 최초로 떠올린 사람은 누굴까. 부럽습니다. 글 잘 쓰셔서.


청년 없는 청년 정책이란 표현이 이처럼 흔하게 사용되는 데에는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큰 몫을 했다. 그래서 한 번 찾아봤다.


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컴백, 그다음으로 ‘집’이다. 곧 이사 갈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일단 온라인 청년 센터에서 청년 정책 – 주거 지원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청년 사회적 주택’ 정책이 눈에 띄었다. 부동산 어플에서 ‘LH 안 됩니다’를 지겹도록 봐온 탓에 더 매력적이게 보였다.


설명을 읽어보니 청년들의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 및 보증금, 그리고 안정적인 거주 기간 등이 보장 된 임대주택을 제공해 준다고 쓰여 있었다. 신청 사이트에서 안내해놓은 지역구의 홈페이지 주소로 들어가니 마침 또 입주자를 추가모집 중이었다.


실평수 7.8평에 보증금 1억 1백만 원, 월 임대료 관리비 포함 24만 원, 공과금(가스, 수도, 전기) 별도.


이게 정말 시세 대비 저렴한 게 맞나?

물론 시세란 건 상대적이다. 건물이 신축이거나 역세권이면 더 비쌀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내게 1억 1백만 원은 없단 거다.


아무래도 정책이니까 대출까지 연계해서 지원해주지 않을까 싶어 찾아봤다.

역시, 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대 2천만 원까지만 가능했다. 청년 중에 자기 계좌에 현금으로 8천만 원 있으신 분? 일단 전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기는 제가 살 집이 아니군요. 잘 구경하고 갑니다.


그렇다면 이 집은 현금으로 8천만 원이 있는 청년이나, 부모로부터 8천만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는 청년만 거주할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그런 사람에게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청년 정책들 안에 진짜 제도적 도움이 필요한 청년이 빠지게 된 데에는 의원들의 인식과 정책 방향성 탓이 크다.

그도 그럴게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 20대 국회의원은 단 2명뿐이다. 지금 시대의 청년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정책을 만드니 청년들은 높은 월세에 말라가고 부동산 업자들 배만 불러간다.


우리나라의 20대 인구 비율은 13%지만 20대 국회의원 비율은 0.66%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30세 이하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매우 낮은 하위권 국가군에 위치해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인 르완다(2.5), 태국(2.4), 파키스탄(2.08), 잠비아(1.22), 인도(0.6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청년 국회의원이 적으니 청년을 위한 정책 발언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올해 8월, 정책에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 참정권 확대법이 발의됐다.

현재는 만 25세 이상부터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그 연령을 만 20세로 낮추었다.

또한 정당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선거에 후보자를 10% 이상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청년 후보자 추천 할당제 의무화’의 내용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하원 혹은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피선거권 평균 연령은 21.59세다. 한국과는 약 4세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2019년에 선거권의 연령 제한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피선거권은 그대로 25세였다. 국제 기준의 피선거권, 선거권의 연령차가 3세 정도인 것과 비교하자면 이것도 4세의 연령차이가 있다.



OECD 주요 회원국 30세 이하 국회의원 비율

*자료: 국제의원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30세 이하 국회의원 비율은 현저하게 낮다.

2010, 2014년 지방의회 당선자 중 30세 미만 의원은 0.3%밖에 되지 않았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의회에 입성한 청년의 비율은 1%에도 못 미쳤다.


소수의 사회 구성원을 포함한 모두의 이익을 반영할수록 좋은 민주주의라고 한다.


청년은 사회의 13%를 차지한다. 매 정치사에서 청년들은 항상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부합한다.


이 법안대로라면 피선거권의 연령 하향 조정은 국회와 지방의회를 더욱 젊게 만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피선거권의 연령대가 낮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회의 평균 연령 역시 낮아졌다. 국회의 평균 연령이 40대인 국가들 대부분은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18세 이상이다.


민주주의의 수준이 높고 잘 확립된 유럽 국가일수록 청년들의 청치 참여율도 높다.


스웨덴의 30세 미만 인구 비율은 전체의 약 13%다. 청년 할당제를 실행하며 스웨덴의 30대 이하 국회의원 비율은 12.3%가 됐다.


스웨덴의 청년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수월하다. 삶의 질적 기준을 나타내는 청년 개발지수에서 스웨덴은 높은 점수로 181개국 중 6위를 기록했다.

청년 할당제가 청년들의 생활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는 거다.


이 법안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청년의 청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년들의 평균 투표율을 52.75%이고, 2020년 청년들의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평균 60.525%였다. 앞서 예시로 든 스웨덴의 투표율은 80%대다.


스웨덴 사람들은 ‘높은 정치의식이 민주시민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탁아소 교육부터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가 중요한 것’ 임을 교육하고, 수많은 학습동아리와 시민학교에서 활발히 활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스웨덴의 16~29세 청년의 40%가 1개 이상의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교육 배경과 더불어 스웨덴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참여를 통해 투표가 정책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투표에 기권했다는 사람들 중 찍고 싶은 정당이나 후보가 없나거나, 정치적 무관심, 정치 불신 그리고 투표해도 정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낮은 정치적 효능감을 이유로 든 비율은 2004년 55.4%에서 2007년 68.6%로 급증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심리적인 만족감이 작아지고, 그것이 투표 기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의 질적 발전은 다양한 계층의 정치적 참여로 견인된다. 청년들의 참정권을 확대시키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안전과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앞선 법안과 별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을 만 16세로 하향하고 청소년 대상 교육 목적의 모의투표 실시를 허용하는 등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당의 구성원 자격을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개방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므로 정당 가입을 연령을 하향하려는 것이다.



이런 시도와 변화들이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한 ‘진짜 청년 정책’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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