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손에 묻은 피

촉법소년에 대하여

by 공익허브

2021년 1월 21일, 의정부의 경전철에서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집니다. 두 명의 학생들이 70대 노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인데요, 해당 사건현장을 찍은 영상에는 이들이 노인의 목을 조르고 바닥에 밀치며 심한 욕설을 퍼붓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폭행의 피해자였던 70대 여성은 폭행을 당한 후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처벌을 원했지만 이 학생들은 만 13세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1 아이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에 대하여


사실 미성년자에 의해 이루어진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니 이보다 더 끔찍한 범죄들도 있었죠. 2019년 12월 26일, 한 여자 초등학생(A)이 동급생(B)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A양은 당시에 자신이 평소에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B양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 험담을 했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흉기에 찔린 학생은 복도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요.


소위 ‘캣맘살인사건’ 이라는 (부적절한)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용인 벽돌 살인 사건 또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미성년자 범죄였습니다. 해당 사건은 2015년 10월 8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50대 여성이 고양이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던 중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었는데요, 해당 벽돌을 던진 가해자는 9세의 초등학생, 그리고 직접 던지지는 않았지만 함께 가담했던 학생은 11세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9세의 학생은 법적인 촉법소년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아 불기소 되었고 11세의 학생은 촉법소년으로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충격적인 사건들이 전파를 탈 때마다 대중들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피해가거나 경감되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고, 그 때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곤 했죠. 지난 달에 있었던 의정부 노인 폭행 사건 또한 미성년 범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핀 사건이었습니다.

2 한국의 미성년 범죄자들


지금 한국의 미성년 범죄자들은 나이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선, 범행 당시의 나이가 만10세 미만이었던 아이들은 범법소년으로 분류됩니다. 범법소년들에게는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이나 보호처분이 가해질 수 없습니다. 범행 당시 나이가 만 10세 ~ 만 14세에 해당하는 가해자들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됩니다. 촉법소년들에게는 형사상의 처벌은 가해지지 않으며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 14세 이상의 미성년 범죄자들에게는 가정법원의 심리 내용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해질 수도 있고 촉법소년들과 같은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보호처분이 가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현재 촉법소년들에게 부과되는 보호처분은 정도에 따라 총 10가지가 있습니다. 죄질이 무겁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감호를 위탁 (법률상 아이들을 돌볼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아이들을 돌려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하거나 강의 수강 및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지게 됩니다. 죄질이 무거운 아이들의 경우에는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송치되어 보호받게 됩니다. 소년원에서는 학교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에게는 형사처벌과 달리 범죄기록이 남지 않아서 아이들의 미래 신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가혹하게 처벌하는 대신 보호처분으로 대체하고 범죄기록도 남기지 않는 이유는 현행 소년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년법은 그 목적을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이는 아직 어린 아이들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소년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을 징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하여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인거죠.

3 촉법소년들을 향한 분노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촉법소년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형사법상 미성년 연령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이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해당 범죄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촉법소년들의 범죄는 아니었지만 인천에서 만8세의 아이가 만16세의 가해자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이나 학생들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동급생을 폭행한 사건 등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슈화되어 언론사의 지면에 실리는 미성년자들의 끔찍한 범행들은 이러한 주장들에 힘을 실어주었죠.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거나 촉법소년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지적 · 신체적 성장이 빠르며 아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도 늘어나고 있으므로 변화한 현실을 반영해 촉법소년 연령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촉법소년제도의 존재를 알고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 또한 존재하니,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이들의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존재합니다. 법적으로 가해지는 처벌은 일반적으로 예방의 기능을 수행하며, 처벌이 약하다면 범죄자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범법행위를 행하게 되겠죠. 따라서, 아이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한 범죄교사의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19년에 방영된 한 드라마에서는 경찰에게 앙심을 품은 등장인물이 만 14세 미만의 중1 학생들에게 ‘퍽치기’ 범죄를 의뢰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을 습격하고 폭행한 이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형사처벌이 가해지지 않았고, 이들은 소년원에 가게 됩니다. 이 사례는 드라마속의 예시일 뿐이지만 현행 촉법소년 제도를 살펴보면 충분히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만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4 처벌이 답은 아니라는 주장들


물론 앞선 주장과 달리 현제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엄벌을 통해서는 소년 범죄 예방을 해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다룬 여러 논문들 또한 대부분 소년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촉법소년 연령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범죄가 과거보다 더 많아지고 더 악랄해졌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소년법 개정이 있었던 2009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16~18세의 범죄 점유율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촉법소년에 근접한 14~15세의 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특히 흉악범죄의 경우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자의 비율은 2007년 0.5%에서 2016년 0.1%로 상당히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의 하향 개정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2018). 즉, 요즘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더 악랄해지고 더 이른 나이에 범죄를 일으킨다는 주장에는 통계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의 범죄가 더 심각하고 악랄해졌다는 인식이 퍼진 데에는 소수의 사건들을 자극적으로 포장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가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합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은 형사연령을 낮추는 것이 소년범죄율을 낮추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과거 미국에서는 소년범죄의 발생이 늘어남에 따라 엄벌주의적인 정책을 취해 소년사건을 성인형사법원으로 이송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소년의 최소연령을 하향조정하고 형사이송대상이 되는 범죄의 범위 또한 확대하여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형사이송의 대상이 되었던 소년범죄자들의 재범률이 증가하고 재범까지 이르는 시간도 매우 짧아져 실질적인 범죄율 감소 효과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이유에 대해 위법행위에 대한 인식과 재사회화를 달성할 수 있는 교육 대신 성인들과 동일한 처벌을 받은 아이들이 결국 범죄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관련 연구자들은 소년들에게 이루어지는 처벌은 교육을 전제로 하는 재사회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한국의 소년법 또한 이러한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지요. 형사처벌을 가하는 연령의 일괄적인 변동은 미국의 사례처럼 아이들에 대한 낙인효과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이로운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입니다.

5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이처럼 촉법소년제도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측도, 반대하는 측도 저마다의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둘 중 어떠한 입장이 옳은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촉법소년이라는 틀 안에서 아이들이, 혹은 아이들을 이용한 누군가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 해결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의도적으로 살인이나 큰 상해를 입힌 아이들까지도 촉법소년이라는 울타리로 보호해주는 것은 쉬이 납득이 가지 않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주는 제도의 맹점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재사회화라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는 합당한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제도에 예외규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의로 살인 및 큰 상해를 입혔을 경우에는 나이가 어리더라도 성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받도록 하는 규정이나 아이들에게 범죄를 교사하였을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 등 제도를 악용하거나 제도의 틀로 포함하기 어려운 사건들에 대응할 수 있는 예외규정들을 만든다면 아이들의 손으로 벌어지는 끔찍한 범죄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6 맺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결국 가정과 사회의 역할입니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한다면, 그것은 가정과 사회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강력범죄에 한하여 선택적으로 촉법소년이라는 방패막이를 걷어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그 누구도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밝은 사회가 오기를 바라며 이번 주의 이슈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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