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하나 쥐어 주고 세상 속으로 등 떠미는 어른들

by 공익허브

2019년 10월, 광주의 한 건물 옥상에서 학생 한 명이 뛰어내렸습니다. 고인은 18세의 학생으로, 부모에게 버려진 뒤 평생을 보육원에서 살아왔다고 하네요. 보육원 내에서 ‘착한 형’ 이라고 불렸다는 이 학생이 삶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1. 어른이 된다는 것

여러분은 만 18세가 되던 때에 어떤 걱정들을 하셨나요? 대학 입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신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반 친구에 대한 서러움을 느끼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대학생활을 앞둔 상태로 성인이 될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신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안정적인 가정에서 이 시기를 보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곧 성인이 된다는 사실과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쁨과 설렘, 불안과 걱정, 성취감, 두려움, 묘한 책임감 등이 섞인 미묘한 감정을 한 번쯤은 느껴 보았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성인이 되는 것에 대한 기대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낄 수밖에 없는 아이들도 존재합니다. 이들에게 성인이 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장밋빛 청춘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끼니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거친 투쟁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쉼터가 되어야 할 보육원, 오늘은 이러한 보육원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 보육원의 현실

지난 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조두순보다 못 먹는 우리 아이들’ 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한 끼의 식대가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제공되는 한 끼의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보도내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하던 식사의 식대는 평균 2,348원이었다고 합니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수용자 1인당 급식비 예산이 2017년 4,328원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미성년 아동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라고 하더라도 그 비용이 너무 저렴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보육원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제도권에 속한 평균적인 가정의 틀에 포함되지 않는 이 아이들은 일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받는 정서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지 못하고 자라야만 합니다. 이런 정서적인 어려움에 더해 성인이 되면 더 이상 보육원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까지 겹쳐서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광주시에서 광주의 보육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20년에 해당 지역의 보육원에서 지내던 아동들 중 17.6%가 정신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광주가 특별히 높은 것이 아니라면 아마 타 지역의 보육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네요.

일부 보육원의 아이들은 단순한 정서적 결핍을 넘어서 학대를 당하기도 합니다. 보육원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의지할 어른도 없고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쉽습니다. 특히, 평생 보육원에서만 자라온 아이들의 경우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인지하고 못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하네요. 2018년에는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아동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시설도 있었다고 하니, 드러나지 않는 비합리적인 아동학대가 얼마나 많을지 두려워집니다.

3. 보육원을 떠난 뒤

하지만 아무리 문제점이 많은 보육원이라고 해도 분명 없는 것보다는 나은 점이 있을 것입니다. 당장 내일 무엇을 먹고 당장 내일 어디서 자야 할지에 대한 생존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 아이들은 영원히 보육원에 머무를 수는 없겠죠. 현행법에서는 보육원에 머무르는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된다면 보호조치를 종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만 18세가 넘어가면 보육원 아이들은 더 이상 보육원의 울타리 없이 어떻게든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하는 것이죠.

보육원을 떠나는 아이들의 손에는 소정의 자립정착금이 주어집니다. 이 정착금의 액수는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2020년의 경우 인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아이들이 500만원을 받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인천에서는 800만원을 제공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전문 지식은 커녕 사회에서 성인으로 기능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들조차 완전히 알지 못한 상태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아이들에게 500만원이라는 지원금은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입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면 보호종료를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긴 합니다. 하지만 보육원의 입장에서는 대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이 더 어렵고 보호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아이들의 대학진학을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보호 종료아동 중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13.7%로 당시 전체 고교졸업자 대학진학율이었던 68.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결국, 보육원을 떠나는 아이들 대부분은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도, 전문기술도 없이 세상으로 떠밀려 나온 아이들이 냉혹한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아이들 6258명 중 4분의 1이 넘는 1637명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고 하니, 자립할 능력이 없는 상태로 세상에 나온 아이들의 어려움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이들 중 결국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불법 도박 등에 빠지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하네요.

4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 보호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들을 충분히 준비시키지 못한 채 세상으로 내보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여 정부 및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동들의 자립을 위한 지원을 조금씩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아이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체험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가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 올해부터 보호종료아동의 지원금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두 배 인상했다고 합니다. 또한, 전국 14개 시도에서는 보호종료아동에게 1회에 한하여 자체적으로 150~500만원의 대학입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개별 지자체의 역량에 기대는 방식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자립지원금이나 대학입학금은 모두 각 지자체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학입학금의 경우 울산에서는 500만원을 지급하는 반면, 광주와 충남, 경북 지역에서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대학입학금 지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자립지원금 또한 대부분 지역에서 500만원이 지원될 때 인천에서는 800만원, 경기도에서는 올해부터 1000만원이 지급되는 등, 지역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물론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른 편차가 이렇게 크다면 이는 결국 지역에 의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자체에 맡기는 현행 체제를 개선해 지원기준을 통일하고 일원화하여 보편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도 존재합니다.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현재 지원은 자립수당 등 당장의 의식주 해결을 돕는 물리적인 지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멘토링 시스템을 비롯한 제대로 된 교육 체계가 필요합니다. 현재 보육원에서는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이루어지는 직업 교육과 경제 교육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그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이들을 돌보는 인력을 충원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립 준비를 돕는 전담 요원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요원의 배치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한 명의 요원이 3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담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을 담당하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 것이죠. 아이들의 단순한 직업준비 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과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자립을 돕는 인력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보호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정보를 얻는 창구가 없어 현재 존재하는 지원제도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저 ‘있는지도 몰라서’ 받지 못하는 혜택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멘토를 지원해주는 일은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보호기관 내부의 학대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보호기관의 특성상 소속된 아이들이 학대행위에 무기력하게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행위를 면밀히 조사해 뿌리뽑아야 합니다. 보호기관 내 학대행위가 줄어들면 아이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할 수 있어, 이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사회에서 자리잡고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효과 또한 존재할 것입니다.

5. 맺으며

매년 보호기간이 끝난 2,500여명의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고 있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대학의 꿈을 꾸며 청춘을 즐기는 동안 이 아이들은 일용직이나 서비스직 등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당장 내일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죠. 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며 오늘의 이슈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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