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기는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최고로 긴 나라다.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만큼, 돈도 많이 벌어야할텐데
모순적이게도, ‘빚’마저 1위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OECD 36개국 중, 한국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조사국 중에 국내총생산보다 가계 부채가 많은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주거비용 등… 수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구조적 요인이 있다.
뉴스를 보면 나라빚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할 때마다 ‘재정건전성’이 도마에 오른다.
그러나 국가가 져야할 빚을 지지 않으면 결국 개인이 부담을 지게 된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부채를 대폭 늘렸지만, 한국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직접 빚을 지는 대신, 가계가 빚을 내도록 떠넘기고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주거나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빚내서 견뎌라’식의 정책을 시행했다.
이렇게 가계부채가 늘면서 금융업계는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였다.
시중은행들은 2021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임원들은 ‘코로나 특수’를 통해 총 100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수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은행은 이자 부담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6%수준에 그쳤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의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이 등장했다.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잘 버는 사람들은 더 잘벌고 못버는 사람들은 더 못벌게 되었는데
소득 최상위층이 저축을 많이한 결과, 저소득층의 빚을 늘리게 됐다는 것이다.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의 과잉 저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금리를 낮추면서 저소득층이 빚을 내는 상황을 조성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미국 정부 및 가계의 부채 관련 채권의 상당 부분을 고소득자들이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소득 하위 90%는 상위 10%에 진 빚을 상환하느라 허덕이고 있으며,
자산을 늘리고 있는 상위 1% 계층은 투자나 소비보다 돈을 쌓는데 열중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코로나 시기 고소득층의 저축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고소득가구의 여유자금은 외환위기 이후 21년만에 역대 최고로 높았기 때문이다.
한편 주거비도 치솟고 있는데,
다주택자는 수입이 늘어나게 되는 반면 무주택자는 주거비를 대느라 소비할 여력이 없어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소득 상위 계층의 소비성향은 낮아지고 있으며, 소득 하위 계층은 쓸 돈이 없어 사회 전체의 총소비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공통점은 불평등한 소득이 시장의 총수요를 감소시켜 경기를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커지고 있는 빈부격차를 그냥 놔두면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해져 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질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불평등 해소’가 장기적인 경기 활성화의 열쇠라는 것이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참고자료>
운덕룡 외. 2019. "자산가격 변화가 경제적 불평등과 대외경제 변수에 미치는 영향 분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은행 보도자료.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 주요 내용".
https://www.segye.com/newsView/20170524003148?OutUrl=naver
[한국인 근로시간, OECD국가 중 최장] 툭하면 연장근무… 규모·업종 구분 없이 '묻지마 노동'
http://week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7073225
가계 부채 1위 불명예…빚더미 짊어진 ‘대출' 공화국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54384
우원식 "정부 확장재정 인색…국가부채보다 가계부채 급증"
https://www.segye.com/newsView/20220803524012?OutUrl=naver
금리 차익으로 1000억대 ‘성과급 잔치’… 금리인하요구 수용은 고작 26%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46623.html
소득불평등의 부메랑…상위 1% 과잉 저축, 저소득층 빚만 늘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2480.html
부자들이 끌어올린 저축률…빈부 격차로 확산 우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8164186i
"소비 감소로 경제위기 불러"…부자의 저축이 위험한 이유 [노경목의 미래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