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과 반지하, 재난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무섭다

by 공익허브

폭우와 폭염.

최근 뉴스만 틀면 귀가 따갑게 들리는 단어다.

이제는 날씨 현상 앞에 ‘폭’자를 붙이는 것에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낮 12시만 지나면 30도는 기본이고, 최고 36~7도까지 온도가 치솟기 때문이다. 또한 매번 밖에 나갈 때면 우산을 챙겨야 하는지 일기예보를 보는 습관이 생긴지 오래다.


서울시 기온 변화 추이
서울시 기온 변화.png


폭우로 피해를 입은 반지하의 안타까운 사연은 어쩌면 예견된 사태였다.

재난으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건 아파트에 사는 중위소득 이상의 가구가 아니라, 반지하처럼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사는 저소득층 가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덥고, 위험한 곳에 살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여름 쪽방의 최고 온도는 34.9도로,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보다 평균 3도 가까이 높았다.


쪽방과 단독주택, 아파트의 온도 차이

쪽방과 단독주택, 아파트 온도 차이.png


서울시 환경백서는 서울의 온도가 빠르게 치솟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와 더불어 강수량과 폭우가 발생하는 빈도 역시 높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서울시에 살고 있는 주민 중 약 1/5이 주거빈곤 가구에 속하며, 아직까지 20만이 넘는 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음을 고려할 때, 폭염과 폭우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울시 기온/강수량 전망
기온 전망.png
강수량 전망.png


그러나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재난과 기후환경 관련 예산을 축소해 의문을 샀다.

서울시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의 수방 및 치수 예산은 4,202억원으로 지난해(5,099억원)보다 896억원 정도(17.6%) 줄었다. 아직까지 많은 가구가 반지하와 주거환경 열악지역에 살고 있음에도, 재난을 먼 미래로 인식하고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또한 폭우와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기후환경 관련 예산 역시 대폭 축소됐다. 서울환경연합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후·환경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4,500억원 가량이 감액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수방·치수 예산 (억원)

수방 치수 예산.png


역대급 폭우가 지나간 뒤, 정부는 그제서야 긴급예산편성과 반지하 일몰제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긴급예산편성은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고, 반지하 일몰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듣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시는 2050년이 되면 평균온도가 약 2~3도가량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평균 온도가 1도만 올라도 폭염과 폭우, 식량가격 급등 등 여러 재난이 발생한다는데, 그 2~3 배가 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는 이상 피해가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고소득층까지 번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후위기가 턱 밑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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