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낼 돈 없어서…’ 사형에 처해진 사람들

by 공익허브


사형이 되어버린 벌금형


2018년, 벌금 150만원을 내지 못해 구치소에 들어간 기초생활수급자가 이틀만에 사망한 일이 있었다.


쪽방촌에 살았던 그는 지차제의 도움으로 긴급지원금을 받아 심부전 수술을 받은 뒤였다.


큰 수술을 했지만 입원비용이 없어 몸을 회복하지도 못한 채 병원에서 나와 구치소에 입감됐다.


법무부, 검찰, 구치소측은 모두 “법과 원칙을 따랐다”고 했다.


150만원의 벌금형을 사형으로 만드는 일이, 법과 원칙을 따른 결과라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5년간 21명이 실질적 사형


벌금을 내지 못해 구치소에 갇히고 노역을 해야하는 사람의 수는 매년 4만~5만명 정도 된다.


이중 40%가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적은 금액의 벌금도 낼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은 건강이 안좋은 경우가 많다.


최근 5년간 사망한 노역수형자가 21명에 이르는데,


모두 기저질환 때문에 1~5일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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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무전유죄 국가인가


우리나라에는 ‘3·5법칙’이라는 게 있다.


재벌총수가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일종의 공식처럼 불린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죄는 인정되지만 처벌이 되지 않는다.


재벌 총수들은 횡령 등의 범죄로 수십, 수백억의 돈을 훔쳐도 사실상 면죄부를 받고 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다 빵을 훔친 사람들은 벌금 낼 돈이 없어 구치소에서 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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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형, 고액 벌금 미납자는 탕감수단으로 활용


형법 45조와 68조는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최소 1일부터 최대 3년까지 노역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최대 3년으로 정해진 기한 때문에


벌금의 액수가 큰 사람은 하루 일당이 수천만원으로 계산되는 ‘황제 노역’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전두환 일가도 수백만원 일당의 황제노역으로 벌금을 탕감받아 비판을 받았다.


노역장 유치제도는 사회적 약자일수록, 처벌수준이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수록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 불평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벌급 미납자에게 노역 대신 사회봉사를 하도록 하는 제도가 2009년부터 시행됐지만, 활용된 실적이 저조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얼마전 검찰은 이 제도를 좀더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 10년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활용 수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사실을 보면, 이런 발표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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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 대체집행 외에도, 소득이 낮은 경우 벌금을 나눠낼 수 있도록 하는 분납제도와 돈을 마련할 기간을 더 늘려주는 납부연기제도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이 제도들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은 죄만큼 책임이 지는 것이 근대 형법의 기본원칙이다.


부자는 황제노역으로 벌금을 탕감받고, 가난한 사람은 벌금을 내지 못해 죽는 일이 반복되어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사회정의도, 근대 문명의 이성도 사라진 사회가 되진 않을까 두렵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죽게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사회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벌금 150만원 때문에…심부전 환자 ‘노역장’ 이틀만에 숨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1457.html


가난한 이에 더 가혹한 벌금형…‘불평등 노역’ 강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1456.html


‘가난이 죄’ 벌금 못내 노역장行, 100만원 미만이 40%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129500030&wlog_tag3=naver


재벌범죄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56817


['황제노역' 다시 논란 │전두환 아들·처남 일당 400만원] 노역장 유치 3년 상한이 문제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01730


벌금미납 빈곤층, 사회봉사 길 넓어진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803008003&wlog_tag3=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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